급발진 의심 사고 10건 중 7건은 ‘페달 오조작’, 이미 13년 전 일본은 도입한 안전장치
설치 비용 40만 원, 정부 지원은 전무... 2029년 의무화까지 사고는 계속된다
기아 EV 5 / 사진=기아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말을 듣지 않았어요.”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페달 오조작’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이 급발진 의심 사고 149건을 분석한 결과, 73.2%에 달하는 109건이 페달을 잘못 밟아 발생한 사고였다. 국토교통부 역시 급발진 신고의 80~90%를 운전자 실수로 보고 있다.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국내 도입은 거북이걸음이다.
13년 앞서간 일본, 신차 90%에 장착
이웃 나라 일본은 이미 13년 전인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을 시작했다. 닛산이 처음 개발한 이 기술은 주차장 등 저속 주행 환경에서 차량 전후방의 장애물을 감지한다.
만약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량 스스로 출력을 제어하고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토요타, 혼다 등 주요 제조사들이 기술을 채택하며 빠르게 보급되었다.
그 결과, 2025년 기준 일본 신차의 93%에 이 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되었고, 고령 운전자가 소유한 기존 차량의 90%에도 설치가 완료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 장치만으로 사고의 63%를 예방할 수 있으며, 자동긴급제동장치(AEB)와 함께라면 예방 효과가 90% 이상으로 치솟는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장치 보급 후 고령 운전자 사고는 45%나 급감했다.
한국 보급률 0.01%, 2029년에나 의무화
반면 한국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2025년 현재,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기본 탑재된 국산차는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 아이오닉 6 N, 기아 EV5 단 세 모델에 불과하다.
국내 등록 차량 2,500만 대 중 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고작 200여 대로, 보급률은 0.01%라는 믿기 힘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2029년부터 신차에 해당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는 3.5톤 이하 버스와 트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보다 무려 17년이나 늦은 조치다. 그때까지 발생할 수많은 인명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40만원이면 되는 안전, 정부 지원은 ‘전무’
이 장치의 효능은 국내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지난해 정부가 고령 운전자 141명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한 결과, 총 71건의 페달 오조작 상황이 발생했지만 장치 덕분에 단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장치는 시속 15km 이하 저속 구간이나 정차 상태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전후방 1.5m 내 장애물이 감지되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출력을 차단해 사고를 원천 봉쇄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장치를 개인이 구매해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40만 원이지만, 정부 보조금은 전혀 없다. 일부 지자체는 예산 부담을 이유로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 2026년 65세 이상 영업용차 운전자를 위해 5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전체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뿐만 아니라 초보 운전자, 심지어 숙련된 운전자도 긴급 상황에서는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차 의무화도 중요하지만, 이미 운행 중인 수많은 차량에 대한 설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