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와 ‘방전 공포’를 피하기 위한 필수 점검 사항과 관리 팁.

겨울철 전기차는 왜 유독 주행거리가 짧아질까?

전기 자동차 배터리 충전
전기 자동차 배터리 충전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서 전기차(EV) 운전자들의 ‘방전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출근길 배터리 잔량이 평소와 다르게 뚝 떨어지거나, 예상했던 주행 가능 거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아찔한 경험담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중이다.

겨울철 유독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학적 특성에 있다.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은 온도가 낮아지면 화학 반응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이는 배터리의 저장 능력과 출력 성능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여기에 실내 난방(히터) 사용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폐열을 난방에 활용하지만, 전기차는 오직 배터리 전력에 의존해 열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곧바로 주행 가능 거리 감소로 이어진다.

이렇듯 겨울철 전기차 관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주행거리 불안을 넘어 자칫 도로 위에서 멈춰 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겨울철 EV 필수 관리법을 짚어봤다.
전기차 충전, IONIC6
전기차 충전, IONIC6


‘출발 전 예열’…충전기 꽂은 채 시작해야

겨울철 전기차 관리의 핵심은 ‘프리컨디셔닝(Pre-conditioning)’, 즉 사전 예열이다. 차가운 상태의 배터리는 충전 효율과 방전 성능이 모두 떨어진다. 따라서 출발하기 전 배터리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미리 올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배터리 전력으로 예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면 반드시 충전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에서 차량의 예열 기능이나 난방을 작동시킬 것”을 권고한다. 이렇게 하면 주행용 배터리 전력을 소모하지 않고, 외부 전력으로 배터리와 실내 온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어 출발 직후 배터리 효율 저하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충전 계획도 평소보다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겨울철에는 주행 가능 거리가 짧아지고 충전 속도마저 느려질 수 있다. 배터리 잔량이 너무 낮은 상태에서 운행을 시작하면, 예열과 난방에 필요한 최소한의 여유 전력마저 부족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실내 (출처=테슬라)
테슬라 사이버트럭 실내 (출처=테슬라)

주행거리 갉아먹는 ‘난방’…효율적 사용법은

운전자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난방’이다. 실내 전체를 데우는 공조 히터는 전기차의 전력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장치 중 하나다. 주행 가능 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효율을 높이려면 시트 히터(열선 시트)와 스티어링 휠 히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기를 데우는 것보다 신체에 직접 열을 전달하는 방식이 전력 소모가 훨씬 적다. 히터 온도를 평소보다 조금 낮추고 열선 기능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겨울철 주행거리를 1km라도 더 확보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주차 환경 역시 배터리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급적 칼바람을 피할 수 있는 실내 주차장이나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차체와 배터리가 극저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실내 전기차 충전
실내 전기차 충전

‘회생제동’ 약화 대비…타이어 점검은 필수

겨울철에는 운전 습관도 바꿔야 한다다. 추운 날씨에는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 배터리가 차가우면 회생제동으로 생성된 전기를 받아들이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브레이크를 더 깊게 밟아야 할 수 있으므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부드러운 감속을 습관화해야 한다.

기본적인 차량 점검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기온이 떨어지면 타이어 공기압이 자연적으로 낮아진다. 공기압이 낮으면 구름 저항이 커져 배터리 소모가 증가한다. 노면이 미끄러운 만큼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안전하며, 와이퍼와 동결 방지용 워셔액 점검도 필수다.
전기차 타이어
전기차 타이어
국내 한 자동차 공학 전문가는 “겨울철 전기차 관리는 배터리 수명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라며 “특히 히트펌프 탑재 여부 등 본인 차량의 겨울철 성능 특성을 매뉴얼을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태영 기자 tae0@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