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됐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진짜 이유, 실제 폐차 데이터로 확인됐다.

‘내구성 1위’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의미는 분명했다.



신차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한 대를 오래 타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자연스레 ‘내구성 좋은 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공개된 한 조사 결과가 흥미를 끈다.

단종된 지 한참 지난 현대 베라크루즈가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입소문이나 동호회 평가가 아닌, 실제 폐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애주행거리 기록이 공개되면서다. 이 기록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내구성 순위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단종된 베라크루즈가 1위를 차지한 배경



의외의 결과는 실제 폐차 및 등록 말소 차량 데이터에서 나왔다. 컨슈머인사이트와 CL M&S가 2023년 등록 말소된 차량 47만여 대를 분석한 결과, 베라크루즈는 평균 생애주행거리 30만5026km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30만km를 넘어선 수치다.

더 놀라운 점은 20만km 이상 주행한 차량 비율이 86.3%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일부 관리 상태가 좋은 차량만 오래 운행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차량이 장거리 운행을 이어갔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에서도 “잔고장이 적어서 계속 탄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물론 개인의 경험담이지만, 이번 데이터는 이런 평가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한다.





경쟁자 모하비와 비교해도 결과는 명확했다



국산 대형 SUV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던 기아 모하비는 2위를 차지했다. 평균 생애주행거리 29만4405km, 20만km 이상 주행 비율 85%로 베라크루즈의 뒤를 바짝 쫓았다.

두 차량 모두 대형 SUV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가족 단위 이동이나 장거리 출장, 레저 활동 등 주행거리가 길어지는 환경에서 주로 활용됐음을 시사한다. 차량의 본래 목적과 사용 환경이 긴 주행거리 기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숫자만 보고 ‘최강 내구성’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





하지만 이 결과를 ‘베라크루즈 내구성 1위’라고 곧바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차량의 생애주행거리는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핵심 부품의 내구성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 가격, 소유주의 관리 습관, 주된 운행 목적, 수리비 지출 의사 등 복합적인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차주가 수리비를 들여서라도 더 오래 타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 중에서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27만9920km)와 렉서스 RX(25만3388km) 등이 높은 평균 생애주행거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장거리 운행이 잦은 중대형 SUV 차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결국 숫자는 중요한 참고 자료지만, 그 이면의 맥락을 함께 읽어내는 시각이 필요하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