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SUV 약진에 가격 경쟁력마저 상실, 2012년 정점 찍고 꾸준한 하락세
신차 시장에선 외면받지만 중고차 시장에선 여전한 인기... 엇갈린 운명의 이유
모닝 / 기아
한때 도심 도로를 가득 메우며 ‘국민차’로 불렸던 경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사회초년생의 첫 차, 출퇴근용, 세컨드카의 상징이었던 경차가 이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연비라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최근 국내 경차 판매량은 15년 만에 최저 수준인 약 7만 4천 대까지 급감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 이상 감소한 수치다. 2012년 21만 6천여 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는 꾸준히 이어졌고, 2021년에는 10만 대 선마저 무너졌다. 2022년 현대 캐스퍼의 등장이 잠시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거대한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비도 가격도 매력 잃었다
캐스퍼 / 현대자동차
경차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하이브리드 SUV의 약진이다.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는 20.8km/L, 현대 코나 하이브리드는 19.8km/L라는 놀라운 연비를 자랑한다. 과거 경차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연비’ 타이틀을 이제는 더 크고 실용적인 SUV가 가져간 것이다.
가격 경쟁력 또한 예전 같지 않다. 기아 레이와 현대 캐스퍼의 풀옵션 모델 가격은 2천만 원에 육박한다. 이 금액이면 소형 SUV는 물론 준중형 세단까지 넘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돈으로 더 넓고 안전한 차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됐다.
제조사는 외면, 선택지는 급감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차는 현대 캐스퍼, 기아 모닝과 레이, 레이 EV 등 사실상 네 종류에 불과하다. 쉐보레 스파크가 2024년 단종되면서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제조사들이 경차 개발을 꺼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발비는 다른 차급과 큰 차이가 없지만, 판매 가격이 낮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경차에 주어지던 각종 세제 혜택이 줄어든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신차는 줄고, 소비자의 관심은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스파크 / 쉐보레
신차와 다른 중고차 시장의 인기
흥미로운 점은 신차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와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국산 중고 승용차 거래 순위에서 기아 모닝이 1위, 쉐보레 스파크가 2위, 기아 레이가 4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는 신차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유지비와 보험료가 저렴한 중고 경차로 눈을 돌린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경차 시장의 부활을 위해 전용 전기차 플랫폼 개발과 혁신적인 공간 활용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진단하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안하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비 20km/L 시대, 경차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생존 해법을 찾아야 할 기로에 섰다.
레이 /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 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