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갑자기 멈추는 아찔한 상황... 리콜 후에도 반복되는 결함에 차주들 불안감 증폭
수리비만 220만원, 보증 기간 끝나면 ‘폭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될까?
ICCU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 모델에서 핵심 부품 결함이 잇따르면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 문제가 집중되고 있으며, 대규모 리콜 조치 이후에도 동일한 문제가 재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리콜 소용없다 반복되는 결함
기아 EV6 차주 A씨는 지난 12월 초, 시동을 건 지 불과 3분 만에 전원이 차단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파손되면서 경고등이 점등됐고, 12V 보조 배터리의 긴급 전력은 3분 만에 방전됐다. A씨는 “겨울철이라 히터를 사용했는데, 완전 충전 상태에서도 5분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경고등 / 사진=레딧
이러한 문제는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약 2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현대·기아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 ‘EV오너스클럽’에는 지난 1년간 ICCU 결함 관련 게시글이 300건 이상 등록됐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등 주요 모델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월 리콜을 받은 차량에서 12월에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확인되면서, 리콜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고속도로에서 멈추면 대형사고 위험
충전 중인 EV6 / 사진=기아자동차
ICCU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와 보조 배터리의 전력을 통합 관리하고 충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12V 보조 배터리만으로 최소한의 전력을 유지해야 한다.
차주들은 주행 중 ‘퍽’ 하는 소음과 함께 계기판에 ‘전기차 시스템을 점검하십시오’라는 경고등이 뜨고, 이내 출력이 급격히 저하되다 결국 차량이 멈춰 선다고 증언한다. 만약 고속도로나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 한복판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형 추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심각한 안전 문제로 지적된다.
수리비 220만원…제조사 대응은 미흡
문제가 확산하자 현대차그룹은 ICCU 보증 기간을 기존 10년·16만 km에서 15년·40만 km로 연장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2024년 3월 이전에 생산된 일부 모델에만 한정 적용돼 모든 차주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보증 기간이 끝난 차량에서 ICCU 문제가 발생하면 차주는 약 220만 원에 달하는 수리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이는 제조사의 품질 문제로 분류돼 보험 처리도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EV6의 ICCU 불량 문제와 관련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다양한 차량 사용 및 환경 조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해명하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개선만으로 하드웨어의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