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 ‘M 국장’ 주디 덴치, 시력 거의 상실 충격 고백
이제 스크린도 책도 볼 수 없어…대본 암기 어려움 토로

영화 ‘007 스카이폴’에 출연한 주디 덴치. 소니픽처스 제공
영화 ‘007 스카이폴’에 출연한 주디 덴치. 소니픽처스 제공




영화 ‘007’ 시리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M 국장 역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영국 배우 주디 덴치(90)가 시력을 거의 잃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덴치는 최근 ITV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스크린 속 나를 볼 수 없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상태를 담담하게 고백했다. 함께 자리한 동료 배우 이안 맥켈런을 향해서는 “당신의 실루엣은 보이지만,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텔레비전 시청이나 독서는 물론, 혼자 외출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일상을 털어놨다. 덴치는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넘어질 위험 때문에 항상 누군가와 동행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배우의 고백에 많은 이들이 충격과 슬픔을 표하고 있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출연한 주디 덴치. 유니버셜 스튜디오 제공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출연한 주디 덴치. 유니버셜 스튜디오 제공




60대 이상 시력 상실의 주범 황반변성



주디 덴치가 시력을 잃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노인성 황반변성’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이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황반변성은 안구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인 황반에 이상이 생기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주로 노화로 인해 발생하며,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시력 상실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등의 증상으로 시작해, 심할 경우 시야 중심부가 까맣게 보이는 등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덴치는 이미 2년 전부터 건강 문제로 인한 은퇴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당시 그는 “더 이상 대본을 읽을 수 없다. 대사가 길어지면 암기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하며 배우로서의 활동에 한계가 왔음을 알렸다.

영화 ‘여배우들의 티타임’에 출연한 주디 덴치. 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여배우들의 티타임’에 출연한 주디 덴치. 영화사 오원 제공


영국이 사랑한 국보급 배우 주디 덴치



1957년 데뷔한 주디 덴치는 지난 60여 년간 연극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영국의 ‘국보급 배우’다. 영국 왕실로부터 ‘데임(Dame)’ 작위를 받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 소속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 등 고전 명작부터 ‘캐리비안의 해적’과 같은 블록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특히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는 단 8분 출연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은 단연 첩보 영화 ‘007’ 시리즈다. 1995년 ‘골든 아이’부터 2012년 ‘스카이폴’까지 총 7편의 작품에서 제임스 본드의 유일한 상관 M 국장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M은 단순한 상사를 넘어 때로는 어머니처럼 본드를 이끄는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겸비한 캐릭터로 시리즈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