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행기 3시간 늦으면 최대 600유로”
유럽 여행 전 알아야 할 지연 보상 조건

즐거웠던 유럽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출발 안내판에 ‘지연’이라는 표시가 뜬다. 처음에는 30분이던 대기시간이 한 시간, 두 시간으로 늘어난다. 여행객은 지친 몸으로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고, 예정했던 귀국 일정까지 꼬이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항공사가 제공하는 안내만 확인한 채 기다리지만, 이때 놓치기 쉬운 권리가 있다. 조건에 따라 항공사에 수백 유로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지연 표시가 뜬 공항 전광판
사진=지연 표시가 뜬 공항 전광판
■ 비행기 3시간 늦으면 보상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항공편 지연과 결항 등으로 피해를 본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EU 항공여객 권리 규정인 EC 261/2004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적용 대상 항공편이 최종 목적지에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면 금전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출발시간이 아니라 최종 목적지 도착시간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3시간 늦게 출발했더라도 비행 중 시간을 만회해 최종 목적지에 2시간 늦게 도착했다면 일반적인 3시간 지연 보상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반대로 출발 지연이 크지 않았더라도 최종 목적지 도착이 3시간 이상 늦어졌다면 보상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지연 원인과 비행거리 등 여러 조건을 함께 따져야 한다.
사진=항공사 안내 창구 대기줄, 생성형 이미지
사진=항공사 안내 창구 대기줄, 생성형 이미지


■ 최대 600유로, 비행거리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EU 규정에 따른 지연 보상액은 일반적으로 비행거리에 따라 구분된다.

1500km 이하 항공편은 250유로(약 36만원), EU 역내 1500km 초과 항공편과 그 밖의 1500~3500km 항공편은 400유로(약 59만원)가 기준이다.

3500km를 초과하는 EU와 비EU 국가 간 장거리 항공편은 최대 600유로(약 88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중요한 조건이 있다.

일부 장거리 항공편은 최종 목적지 도착 지연이 3시간 이상 4시간 미만이면 보상액이 300유로로 줄어들 수 있다. 600유로 전액은 일반적으로 4시간 이상 지연된 경우에 적용된다.

따라서 ‘3시간 늦으면 무조건 600유로’라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보상액은 항공권 가격과도 별개다.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액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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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유럽 가는 비행기도 해당할까

EU 항공여객 권리 규정은 유럽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폭넓게 적용된다.

EU 국가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라면 항공사가 유럽 항공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처럼 EU 밖에서 출발해 EU로 들어가는 항공편은 EU 항공사가 운항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과 한국에서 유럽으로 출발하는 항공편은 적용 조건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예약으로 연결된 환승 항공편이라면 최종 목적지 도착 지연시간이 중요해질 수 있다.

다만 모든 항공편 지연이 보상 대상인 것은 아니다.

심각한 악천후나 항공교통관제 결정, 보안 문제처럼 항공사가 합리적인 조치를 다해도 피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금전 보상이 제외될 수 있다.

반면 통상적인 항공기 정비 과정에서 발견되는 기술적 문제는 자동으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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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사에 직접 신청할 수 있다

항공편이 지연됐다면 먼저 항공편명과 예약번호, 실제 도착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탑승권과 예약 확인서, 항공사에서 받은 지연 안내 메시지도 보관해두면 도움이 된다.

보상 청구는 해당 항공사에 직접 접수할 수 있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보상 또는 승객 권리 관련 메뉴를 찾아 지연 항공편 정보를 제출하면 된다.

답변이 없거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해당 국가의 항공여객 권리 집행기관에 문의할 수도 있다.

장시간 출발 지연으로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는 조건에 따라 식사와 음료, 숙박 지원 등을 받을 수도 있다.

항공사가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 직접 비용을 지출했다면 영수증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유럽 여행에서 항공편 지연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음 유럽 여행에서 비행기가 늦어진다면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기 전에 보상 대상인지 확인해보자.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