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원짜리 티켓이 650만원에…야구부터 K팝까지, 암표 논란 확산
국감장 뒤흔든 ‘암표 전쟁’의 실태
암표상 연 3억 벌고 처벌은 ‘벌금 20만원’
사진=생성형 이미지
연말 대형 콘서트와 가을야구 열기가 겹치면서 암표 거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1만 원짜리 표가 650만 원에 팔렸다’는 사례가 공개되며, 이른바 ‘암표 전쟁’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표를 구하기 어렵다”며 재판매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K팝 콘서트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암표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NCT 위시 콘서트 VIP석(정가 19만8000원)은 800만 원, 세븐틴 콘서트(정가 11만 원)는 6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임영웅과 BTS 진의 공연표 역시 정가 15만~19만 원대에서 수십만~수백만 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 티켓 역시 정가 7만5000원짜리 좌석이 80만 원에, 무료 청백전 표(수수료 1000원)가 8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사진=티켓베이 캡처
암표 거래는 ‘티켓베이’ 같은 재판매 플랫폼뿐 아니라 중고거래 사이트, SNS 등에서도 활발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40대 남성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프로야구 입장권 1만8800여 장을 예매해 정가의 최대 15배에 판매, 3억 원 넘는 수익을 올린 사실이 적발됐다. 그는 구단의 유료 멤버십(선예매 제도)까지 이용해 표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경찰청은 이와 관련한 매크로 제작자와 판매자도 함께 검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021년 1만8000여 건에서 2025년 8월 기준 25만9000건으로 급증했다. 공연 암표 신고도 2020년 359건에서 지난해 2224건으로 늘었다. 리셀 시장의 집중 현상도 심화됐다. 티켓베이 거래 상위 1% 판매자가 전체 거래의 41.2%를 차지했고, 거래액은 약 298억 원에 달했다. 일부 판매자는 연간 수천만 원대 매출을 올리며 사실상 ‘온라인 암표상’으로 사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세븐틴, NCT 콘서트 포스터
전문가들은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외처럼 합법적 재판매를 제도권에 편입해 상한가와 수수료 공개, 브로커 등록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가 시행 중인 ‘스위프트법’은 동일 공연 티켓 1장만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를 사전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국내에서도 ‘티켓 재판매 특별법’ 제정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플랫폼의 책임 강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이 한정된 공연·스포츠 산업 특성상 암표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거래 구조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단속 강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