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션계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 별세
후계자 미정, 레오 델‘오르코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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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계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9월 4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아르마니 그룹은 성명을 통해 “끝없는 슬픔 속에 창립자이자 끊임없는 추진력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사망을 알린다”며 고인의 마지막이 가족과 가까운 이들 곁에서 평온하게 이루어졌음을 전했다.
1934년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태어난 아르마니는 본래 의사를 꿈꿨으나, 밀라노의 라 리나센테 백화점에서 상품 기획 보조로 일하며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니노 세루티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은 뒤, 1975년 절친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조르지오 아르마니’ 브랜드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폭스바겐을 팔아 마련한 1만 달러로 시작한 작은 기성복 라인은 곧 세계적 명품 제국의 초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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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는 안감을 제거한 스포츠 재킷, 여성을 위한 파워 슈트 등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패션계를 뒤흔들었다. 남성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여성의 이미지를 강하게 만든 그의 접근은 1980년대 새로운 비즈니스 계층의 상징이 되었으며,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를 통해 세계적 인지도를 얻었다. 이후 할리우드 배우들은 레드카펫에서 아르마니의 의상을 즐겨 착용했고, 200여 편 이상의 영화 의상을 맡으며 그 명성을 확고히 했다.
‘우아함의 황제’,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불린 그는 럭셔리 업계의 인수합병 물결 속에서도 독립성을 고수했다. 2016년에는 그룹의 자산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2024년 기준 아르마니 그룹은 600개 이상의 매장과 9천여 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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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오늘 세상은 거인을 잃었다”며 존경을 표했고, 이탈리아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는 “그의 절제된 우아함과 창의성은 세계에 영감을 준 상징이었다”고 추모했다.
그의 뒤를 이어 그룹을 누가 이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여성복을 총괄해온 조카 실바나 아르마니와 남성복을 책임져온 레오 델‘오르코(Leo Dell’Orco)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아르마니가 남긴 유산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스타일의 상징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