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살’ 22세 공장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 공개
홍콩 재력가 사칭해 접근... 결혼 약속하며 가짜 투자 사이트로 유인

사진=KBS 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 캡처
사진=KBS 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 캡처




밤낮없이 공장에서 일하며 모은 20대 청년의 피 같은 전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결혼을 미끼로 접근해 거액을 뜯어낸 뒤 피해자를 조롱하듯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은 ‘로맨스 스캠’ 범죄의 실태가 방송을 통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결혼하자 달콤한 유혹에 속은 청춘


지난 5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는 로맨스 스캠 피해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22세 의뢰인 A씨가 출연했다. A씨는 공장에 취직해 성실히 일하며 모은 전 재산 9000만 원을 사기로 모두 잃었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건의 시작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도착한 메시지 한 통이었다. 자신을 홍콩 사람이라고 소개한 B씨는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며 A씨에게 접근했고, 매일 자신의 화려한 일상 사진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평소 경제적 안정을 찾아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던 A씨에게 B씨는 이상적인 상대로 다가왔다. B씨 역시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언급하며 A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혼까지 꿈꿨던 A씨는 경제적 가치관이 잘 맞는다고 착각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서막이 됐다. 신뢰가 쌓이자 B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금 옵션과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하며 조작된 높은 수익률 화면을 보여주며 투자를 종용했다.



사진=KBS 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 캡처
사진=KBS 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 캡처


영혼까지 끌어모은 9천만원 증발


A씨는 처음에는 의심했으나 초기 소액 출금이 가능하자 경계심을 완전히 허물었다. 가짜 거래소 사이트에 속은 그는 가족에게 빌린 돈과 금융권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9000만 원을 20일에 걸쳐 송금했다. 매일 500만 원씩 입금하며 부푼 꿈을 꾸었지만, 이는 모두 사기 일당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었다.

진행자 이수근은 사람 마음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수법에 안타까움을 표했고, 서장훈은 투자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부터 의심했어야 했다며 로맨스 스캠의 전형적인 패턴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사랑과 신뢰라는 감정에 눈이 먼 피해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캄보디아에 갇혀있다 황당한 조롱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사기임을 인지한 후 B씨가 보인 태도였다. A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애원하자 B씨는 자신이 캄보디아에 갇혀 있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자신과 함께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피해자를 범죄 가담자로 포섭하려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이는 피해자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2차 피해를 유발하려는 악질적인 수법이다.

서장훈은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을 믿고 돈을 보내는 행위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큰돈을 잃었지만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주저앉지 말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최근 이러한 ‘로맨스 스캠’은 ‘돼지 도살(Pig Butchering)’ 스캠으로 진화하며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돼지를 살찌워 도살하듯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신뢰를 얻은 뒤 거액을 투자하게 만들어 가로채는 방식이다. 범죄 조직들은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의 거점에서 활동하며, 조직원들 역시 납치나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로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캄보디아를 언급한 것 역시 이러한 범죄 조직의 실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해 낯선 이가 재력을 과시하며 접근하거나 금전적 투자를 권유할 경우 즉시 차단하고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