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 시청률 0%대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1.5%로 시작한 이후 줄곧 1%대에 머물다 최근 0.8%까지 떨어졌다. 김태호 PD는 시청률 부진에 대해 “단시간에 1등할 생각은 없었다”며 시청자들에게 끝이 좋기를 바랐다고 언급했지만, 0%대는 예상 밖의 결과다.
최근 예능 시청자들의 기준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의 부진은 다양한 요인에서 기인한다. 우선, 연예인들이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는 콘셉트 자체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브리엘’은 ‘무한도전’에서 인기를 끌었던 ‘타인의 삶’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박보검이 아일랜드에서 합창단 단장으로, 박명수가 태국에서 현지 요리인으로 살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30대 시청자는 “연예인들이 평범한 일상을 힐링의 기회처럼 여기는 것이 공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연예인들이 누리는 특혜와 대중의 시선 차이가 크다”며 연예인들의 해외 체험이 비연예인에게는 특혜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연예인들의 간절함을 담은 ‘싱어게인’과 같은 프로그램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예능 PD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본연의 모습으로 도전하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보검과 박명수가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리얼한 몰입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플랫폼 다변화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지만, 김태호 PD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호 PD는 외주 제작사 설립 이후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무한도전’ 때와 같은 창의적인 시도가 줄었다는 평가다. 윤 교수는 “김태호 PD가 창의적 발상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주도했지만, 외주 제작사 운영으로 경영자로서의 조급함이 창의성 발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지원 기자 jw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