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연 3만 대 신화, 국내선 ‘그림의 떡’ 된 엇갈린 운명.
2년 넘는 대기 기간과 가격 역전 현상 속 숨은 상품성을 파헤쳐봤다.
INSTER / 사진=현대자동차
뛰어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계약을 망설인다. 한국 특유의 큰 차 선호 현상과 더불어 상상을 초월하는 출고 대기 기간이라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열광과 국내의 외면, 그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있다.
INSTER / 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 본고장 독일서 1위 차지한 배경
캐스퍼 일렉트릭의 유럽 성적표는 놀라운 수준이다. 유럽 A세그먼트 전기차 시장에서 연간 3만 3,917대를 판매하며 2위에 올랐다. 특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독일 시장에서는 소형 전기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유럽인들이 이 차에 열광한 이유는 현지 도로 환경과 완벽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장 3,825mm의 아담한 차체는 수백 년 된 좁은 골목길과 주차난이 심각한 도심에서 최고의 기동성을 발휘했다. 실용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유럽의 자동차 문화에 정확히 부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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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 보고 좁다고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
하지만 국내에서는 ‘작은 차’라는 선입견에 부딪힌다. 출퇴근부터 가족 여행까지 한 대로 해결하는 ‘원 메인카’ 문화 속에서 패밀리카로 쓰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실내 공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휠베이스(축간거리)를 180mm나 늘린 2,580mm로 설계했다. 이는 과거 현대 아반떼 MD와 맞먹는 수치다. 덕분에 2열 좌석은 키 180cm 성인이 타도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적재 공간이 1,059L까지 확장돼 차박 캠핑까지 가능하다.
캐스퍼 일렉트릭 / 사진=현대차그룹
신차보다 중고차가 비싸진 기현상의 원인
국내 소비자들이 구매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28개월에 달하는 기형적인 출고 대기 기간이다. 지금 계약해도 2028년 말이 넘어야 차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이런 공급난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한정된 생산량 속에서 유럽 수출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발생했다. 내수 물량이 부족해지자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보다 19.1% 비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이 웃돈을 주고 중고차로 몰리는 셈이다.
캐스퍼 일렉트릭 생산라인 / 광주글로벌모터스
상품성 자체는 뛰어나다. 49kWh 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315km를 주행하며,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실내외 V2L 기능 등 상위 차급 옵션도 대거 적용했다. 잘 만든 차가 공급 문제로 외면받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내수 시장 물량 확보 등 제조사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