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십 황금비율 40:60 구현한 독특한 배터리 배치 방식

내연기관 감성 지키려는 프랑스 엔지니어들의 집념, 2027년 공개

가볍고 날렵한 핸들링으로 운전의 재미를 일깨워준 프랑스 스포츠카 알핀 A110의 내연기관 모델이 단종됐다. 1969년 첫 등장 이후 누적 3만 5천여 대가 생산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알핀은 곧바로 전동화 후속 모델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단순히 엔진을 모터로 바꾼 수준이 아니다. 알핀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경량화’와 ‘미드십 감성’을 전기차 시대에도 이어가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배터리 배치’ 방식을 들고 나왔다.

최근 공개된 A110 개발 차량은 이들의 고민과 해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의 감성을 전기차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그 단서가 보인다.


엔진 자리에 듀얼모터, 배터리는 둘로 나눴다

공개된 테스트카는 기존 모델의 차체를 그대로 사용해 겉보기엔 익숙하다. 하지만 뼈대는 알핀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APP)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계됐다. 시트 뒤편에 있던 1.8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듀얼 모터 시스템이 채웠다.

가장 큰 혁신은 배터리 배치 방식이다. 일반적인 전기차처럼 바닥에 넓게 까는 대신, 배터리 팩을 차체 앞뒤로 분할해 배치했다. 이는 무게 중심을 최적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신형 A110은 미드십 스포츠카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으로 꼽히는 40:60 비율을 구현했다.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 고유의 날렵한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엔지니어들의 집념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1102kg의 전설, 무게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전기 스포츠카의 가장 큰 숙제는 단연 무게다. 기존 내연기관 A110의 공차중량이 1,102kg에 불과했던 만큼, 무거운 배터리를 얹어야 하는 전기차 버전의 무게 증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알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 셀을 사용하고, 셀을 모듈 없이 팩에 통합하는 ‘셀 투 팩’ 공법으로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냈다. 차체 프레임과 서스펜션에는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를 대거 적용했다.

물론 물리적 한계로 이전 모델만큼 가벼워지긴 어렵다. 하지만 알핀은 이 차가 “세계 최초의 진정한 전기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800V 고전압 시스템과 실리콘 카바이드 인버터 등을 통해 내연기관을 뛰어넘는 강력한 토크와 성능을 예고했다.

포르쉐 718도 참전, 2027년 시장은 뜨거워진다



순수 전기차로 재탄생할 A110은 2027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한다. 알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과거 단종됐던 A310을 2+2 시트 구조의 전기 스포츠카로 부활시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가솔린 엔진의 배기음과 가벼운 차체를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전기차로의 전환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미 전기차로 향하고 있다. 스포츠카의 교과서 포르쉐 역시 718 박스터와 카이맨의 전기차 버전을 개발 중이며, 영국 케이터햄도 1,190kg대 경량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를 공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낭만을 넘어, 전기모터의 압도적인 힘으로 무장할 차세대 알핀 A110이 까다로운 스포츠카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