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로 구조와 예측 불가능한 교통 흐름.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이 유독 부산에서 한계를 보이는 이유를 파헤쳐 본다.

연산로터리 / 나무위키
연산로터리 / 나무위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온 듯하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이동하는 경험담이 속속 들려온다. 하지만 모든 도로에서 이런 첨단 기술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복잡한 지형과 도로 구조,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교통 문화라는 세 가지 장벽 때문이다. 과연 인공지능은 왜 부산의 도로 앞에서 작아지는 것일까.

산과 바다가 만든 미로, 복층 도로의 함정



부산 합류 도로 /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 합류 도로 /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은 도시 면적의 약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평지가 부족한 지형적 특성은 도로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고가도로와 지상도로, 지하차도가 같은 공간에 겹쳐 있는 복층 도로 구조가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시스템 입장에서는 동일한 GPS 좌표 위에서 여러 갈래의 길을 동시에 인식하고 판단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힌다. 시스템이 현재 차량의 높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엉뚱한 경로로 차를 이끌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운전자도 헷갈리는 연산로터리의 악명



부산항 대교 진입로 /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항 대교 진입로 /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의 복잡한 도로망을 상징하는 곳이 바로 연산로터리다. 무려 6개 방향의 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신호 체계와 차선 흐름도 매우 복잡하다. 베테랑 운전자조차 진입 순간부터 긴장하게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은 한계에 부딪힌다. 수많은 차선 정보와 시시각각 변하는 신호, 주변 차량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FSD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연산로터리 진입 시 경고음과 함께 운전자 개입 요구가 잦다는 후기가 공유된다. 기술이 아직 인간의 직관적인 판단력을 따라오지 못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술의 영역을 벗어난 변수, 교통 문화



도로의 물리적 구조만이 문제는 아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교통 문화 역시 자율주행 시스템에는 큰 부담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량이 많을수록, 주변 차량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야 하는 AI의 연산은 복잡해진다. 돌발 변수가 많아질수록 시스템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대 경사 18%에 달하는 산복도로의 가파른 길은 정교한 출발 및 정지 제어를 요구하며, 부산항대교 등 해안 도로의 강한 횡풍은 차량의 자세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다. 센서가 아무리 정교해도, 이러한 복합적인 난관은 시스템 전체에 과부하를 유발한다.

FSD / 테슬라
FSD / 테슬라


아직은 보조 역할에 머물러야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은 고속도로처럼 정형화된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부산의 사례는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아직 일반도로에서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이다.

결국 기술을 맹신하기보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항상 운전자가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부산의 도로는 자율주행 기술이 모든 환경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시험장인 셈이다.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 / 부산교통공사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 / 부산교통공사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