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연간 판매 30만 대 시대 열렸지만 웃지 못하는 수입차 업계.
고환율 부담에 중국 전기차 가격 경쟁까지, ‘팔수록 손해’ 구조 심화.

BYD 돌핀 서브 / 사진=BYD 코리아
BYD 돌핀 서브 / 사진=BYD 코리아


국내 수입차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30만 대를 돌파하며 외형적으로는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려야 할 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기록적인 판매 실적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환율과 격화되는 가격 경쟁에 ‘남는 게 없다’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30만 7,377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6.7%나 증가한 수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판매량 증가가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1500원대 환율, 직격탄 맞은 원가 구조



한국수입자동차협회 / 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 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가장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차는 판매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나 유로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비용 압박은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일부 브랜드는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상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상황에서 섣부른 가격 인상은 판매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과 프로모션을 확대하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판촉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공습, 가격 전쟁의 서막



고환율의 파도에 더해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는 수입차 업계를 더욱 거센 풍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의 BYD는 최근 국내 시장에 소형 SUV ‘아토3’를 3천만 원대 초반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며 가격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 내에서는 BYD가 20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까지 인하하며 1천만 원대 전기차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러한 ‘치킨 게임’이 국내 시장으로 본격 확산될 경우,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가격을 지킬 것인지, 판매량을 늘릴 것인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9만 1,253대로 전년 대비 84.4%나 폭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까지 심화되면 수입차 업체들의 수익성 방어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숫자는 성장, 속내는 적신호



지난해 브랜드별 판매 순위를 보면 BMW(7만 7,127대)가 벤츠(6만 8,467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테슬라(5만 9,916대)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테슬라는 전년 대비 101.4%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음을 증명했다.

파워트레인별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17만 4,218대(56.7%)로 여전히 시장의 주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전기차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 회복에도 불구하고 환율과 전기차 가격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단기적인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과 원가 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토로했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