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CEO, 마칸 전기차 단일화 전략 ‘오판’ 공식 인정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백기 투항... 하이브리드 엔진 회귀 결정
2028년 신형 SUV 투입 예고, 카이엔과 같은 ‘투트랙’ 전략 가동

SQ5 - 출처 : 아우디
SQ5 - 출처 : 아우디




전 세계 스포츠카의 아이콘이자 고성능 자동차의 대명사 포르쉐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전동화 전환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했던 주력 모델의 ‘전기차 올인’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포르쉐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다시 내연기관 엔진을 품기로 결정했다.

마칸 EV 단일화 전략은 오판이었다



올리버 블룸 폭스바겐그룹 겸 포르쉐 CEO는 최근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세대 포르쉐 마칸을 전기차(EV) 전용 모델로만 출시했던 결정에 대해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당시 데이터와 시장 분석을 기준으로 보면 그 판단은 합리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마칸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동화라는 거대한 흐름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베스트셀링 모델에서의 유연성 부족이 뼈아픈 실책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마칸 EV - 출처 : 포르쉐
마칸 EV - 출처 : 포르쉐


사라졌던 엔진의 부활과 투트랙 전략



1세대 마칸은 2014년 출시 이후 포르쉐의 진입 장벽을 낮추며 브랜드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PP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2세대 마칸은 내연기관을 완전히 배제한 채 출시됐다. 문제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Chasm)와 충전 인프라 부족,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내연기관 SUV에 대한 소비자 니즈였다. 마칸 EV는 이러한 시장의 괴리를 넘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포르쉐는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기반의 새로운 SUV 프로젝트를 가동해 기존 마칸의 빈자리를 채우기로 한 것이다. 이는 현재 대형 SUV 카이엔에서 구사하고 있는 전략과 동일하다. 포르쉐는 내연기관 기반의 3세대 카이엔을 유지하면서 향후 출시될 전기 카이엔을 병행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마칸 EV - 출처 : 포르쉐
마칸 EV - 출처 : 포르쉐


새로운 SUV 2028년 출격 대기



새롭게 투입될 내연기관 기반 중형 SUV는 2028년 전후로 출시될 예정이다. 마칸 EV와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차명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기술적으로는 아우디 Q5 및 SQ5와 공유되는 폭스바겐그룹의 PPC 플랫폼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터보 가솔린과 3.0리터 V6 터보 엔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블룸 CEO는 “현재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고 우리는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재투입이 현실적인 해법임을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포르쉐만의 문제가 아니다. 벤츠, 아우디,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급진적인 전동화 계획을 수정하고 하이브리드 비중을 늘리는 등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아직 ‘충전기 앞의 기다림’보다는 ‘엔진의 편리함’에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마칸 EV - 출처 : 포르쉐
마칸 EV - 출처 : 포르쉐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