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지켜온 수입차 1위 자리 BMW에 내주더니… 전기차 화재부터 배터리 정보 논란까지 겹친 악재

올 뉴 일렉트릭 GLB / 벤츠
올 뉴 일렉트릭 GLB / 벤츠


한때 수입차 시장의 기준점이자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판매량 부진을 넘어, 경쟁 구도와 소비자 신뢰도라는 핵심 가치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벤츠의 위기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숙명의 라이벌 BMW와의 판매 경쟁에서 밀려난 것, 그리고 잇따른 악재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결정적으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힌 사건들이다. 과연 삼각별의 명성은 이대로 빛을 잃게 될까.

1위 자리 내준 벤츠, 격차는 더 벌어졌다



수입차 시장의 지각변동은 2023년부터 본격화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2023년 7만 7,395대를 판매하며 7만 6,697대에 그친 벤츠를 제치고 8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당시만 해도 698대라는 근소한 차이였기에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격차는 이듬해 7,354대로 크게 벌어졌고, 2025년에도 BMW는 7만 7,127대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반면 벤츠는 6만 8,467대에 머물렀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한국 수입차 시장의 주도권이 BMW로 넘어갔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된다.

메르세데스-벤츠 로고 / 벤츠
메르세데스-벤츠 로고 / 벤츠




화재부터 배터리 정보 은폐까지, 신뢰의 위기



판매량 하락보다 더 뼈아픈 것은 브랜드 신뢰도에 생긴 흠집이다. 2024년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수백 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키웠다.

여기에 올해 터진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갈등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공정위는 지난 3월 10일,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가 EQE, EQS 등 주력 전기차 모델의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표기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112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벤츠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화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터진 배터리 관련 논란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기에 충분했다.

전략 전환 외쳤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





S클래스 / 벤츠
S클래스 / 벤츠


벤츠코리아는 현재 상황을 고부가가치 모델 중심의 판매 구조 재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설명한다. S클래스와 같은 플래그십 모델 판매는 견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경쟁사 BMW가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운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과 드라이빙 센터를 활용한 체험 마케팅,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등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온 것과 대조된다.

오히려 벤츠는 신차 전략의 성공보다는 잇따른 악재에 대응하는 모습이 더 부각되면서 반등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벤츠가 내세우는 ‘질적 성장’이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결국 판매량과 브랜드 이미지 양쪽에서 모두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등 카드 준비됐지만 쉽지 않은 길



벤츠는 올해 CLA 완전변경 모델과 순수 전기 SUV인 GLC, GLB 등을 포함한 신차 10종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또한, 본사가 직접 판매에 관여하는 ‘리테일 오브 더 퓨처’ 유통 체제 안착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전동화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전기차 관련 신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공정위와의 법적 다툼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모두가 선망했던 삼각별 엠블럼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꽤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E클래스 / BMW
E클래스 / BMW


청라 아파트서 발생한 벤츠 화재 / 인천시
청라 아파트서 발생한 벤츠 화재 / 인천시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