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벤츠 등 고가 수입 전기차 시세 ‘곤두박질’
배터리 보증 끝나면 수리비만 수천만 원 ‘폭탄’
‘가성비’ 무장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신차급 시세 유지

캐스퍼 일렉트릭 / 사진=현대 모터 그룹
캐스퍼 일렉트릭 / 사진=현대 모터 그룹




2025년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단연 ‘전기차 중고 시세의 양극화’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웃돈을 줘야 살 수 있었던 고가의 수입 전기차들이 이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반면, 실속을 챙긴 소형 전기차는 없어서 못 파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1억 원을 호가하던 럭셔리 세단의 가격이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도 굳건히 시세를 지키고 있는 국산 소형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수입 전기차의 굴욕, 시세 하락의 늪



중고 전기차 시장의 하락세는 테슬라와 벤츠 등 수입차 브랜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의 중고 거래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식 모델의 경우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오류 이슈가 겹치며 감가 폭이 커졌습니다. 벤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EQE 모델의 경우 신차 가격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닛산 리프 등 다른 수입 전기차 모델들도 높은 감가율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우디 Q8 e-트론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아우디 Q8 e-트론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배터리 보증 만료, 시한폭탄이 되다



이러한 가격 급락의 이면에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공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조사의 보증 기간이 남아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보증이 끝난 직후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차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에 달합니다. 이는 중고차 가격 그 자체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보증 기간이 끝난 전기차의 경우 BMS 오류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차량 가치가 바닥을 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중고 전기차 구매 시 배터리 잔존 성능과 보증 기간 확인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작지만 강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반란





벤츠 EQE /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벤츠 EQE /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반면 실용성을 앞세운 소형 전기 SUV 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을 필두로 KGM 코란도 이모션, 쉐보레 볼트 EUV 등은 오히려 시세가 상승하거나 높은 방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캐스퍼 일렉트릭은 2024~2025년식 매물이 신차 가격의 90% 선에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저렴한 유지비로 출퇴근과 도심 주행을 해결하려는 실속파 소비자들이 대거 몰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대형 전기차의 부담스러운 보험료와 충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심리도 한몫했습니다.

가성비 제왕, 캐스퍼 일렉트릭의 매력



중고차 시장에서 ‘귀하신 몸’이 된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경차 모델인 캐스퍼의 파생 모델이지만, 사실상 체급을 뛰어넘은 상품성으로 평가받습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180mm 늘려 실내 공간을 대폭 확보했으며, 경차 규격에 얽매이지 않고 소형 SUV로 재탄생했습니다. 무엇보다 49kWh급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315km까지 늘린 점이 주효했습니다. 이는 도심 주행 위주의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스펙이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비 겨울철 효율이 좋다는 점도 중고차 가격 방어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한 편의성 또한 중고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