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에 사서 4천에 판다!” 수출 시장 ‘싹쓸이’ 광풍...러시아 고급차로 떠오른 K-SUV의 위엄, 대체 무슨 일이?
국내 중고차 시장과 수출 시장에서 그야말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출시된 지 몇 해 지난 1세대 팰리세이드 중고차가 해외, 특히 러시아로 신차 가격에 팔려나가는 믿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없어서 못 판다”, “신차 가격이라도 달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정도다.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프레스티지 (출처=인터넷커뮤니티)
눈에 보이면 무조건 매입! 수출업자들의 ‘팰리세이드 쟁탈전’
“1세대 팰리세이드는 물건만 있으면 무조건 삽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사도 돼요!”
최근 중고차 및 수출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는 말이다. 그야말로 1세대 팰리세이드를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4,000만 원에 구매한 1세대 팰리세이드라도 현재 주행거리에 상관없이 대부분 그 가격에 되팔 수 있다”며 “일부 해외 딜러들은 웃돈까지 얹어주며 구매 경쟁을 벌인다”고 귀띔했다.
이런 열기는 고스란히 국내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세대 모델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세대 팰리세이드 중고 시세는 여전히 3,000만 원 내외에서 견고하게 버티는 중이다. 그야말로 가격 방어가 아니라, 가격 역주행에 가까운 기현상이다.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익스클루시브 (출처=인터넷커뮤니티)
하지만 모든 1세대 팰리세이드가 이런 ‘금값’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수출 시장에서 유독 선호하는 조건이 따로 있다. 관세 문제 때문에 주로 초기형 모델이 타깃이며, 특히 러시아 바이어들은 까다로운 입맛을 자랑한다.
그들이 찾는 매물은 주로 ▲4륜 구동 ▲풀옵션 사양을 갖춘 ▲디젤 모델이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차량이라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만약 당신의 차고에 이런 조건의 1세대 팰리세이드가 잠자고 있다면, 지금 당장 수출 시장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출처=인터넷커뮤니티)
그렇다면 왜 유독 1세대 팰리세이드, 그것도 특정 사양의 차량이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것일까? 해답의 열쇠는 바로 러시아 시장에 있다.
수출되는 팰리세이드의 상당수는 러시아로 향한다. 현지에서 현대차그룹 브랜드는 이미 고급차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그중에서도 팰리세이드는 넓은 공간과 풍부한 옵션으로 높은 선호도를 자랑한다.

현대차 1세대 팰리세이드 측후면 (출처=인터넷커뮤니티)
팰리세이드만? BMW M도 독일로 ‘역수출’되는 중고차 시장
이러한 중고차 수출 열기는 비단 팰리세이드나 러시아 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중고차는 리비아, 요르단, 이집트, 터키,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국가로 활발하게 수출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환율 변동의 영향으로 BMW M 시리즈와 같은 고성능 차량이 본고장인 독일로 역수출되는 재미있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정세와 경제 상황이 맞물리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의 지형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1세대 팰리세이드의 기이한 가격 역주행은 국제 정세와 시장의 특수성이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당분간 수출 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소비자들의 셈법 또한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