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에서 여자가 밥을 사면 벌어지는 일

초반 부터 ‘빌런 파티’라는 별명이 붙은 <나는 솔로> 21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남녀간의 현실적인 데이트 장면을 보여주는 연애 리얼리티 쇼이지만 21기까지 오면서 이렇게까지 해묵은 더치페이, ‘남녀 밥값 논쟁’을 핫하게 만든 기수도 없었던 것 같다.
ENA 예능 방송캡처
데이트에서 ‘사상검증’하는 영식의 ‘16만원’ 밥값 논란

다행인지 불행인지 허언증 논란을 현숙이 유일한 빌런은 아니었다. 영식은 영숙과의 첫 데이트에서 차에 타자마자, 무한 밸런스 게임을 가장한 취조를 시작했다. ‘남자가 여자 차 문을 열어줘야 한다? 아니다?’ ‘여자 캐리어를 들어줘야 한다? 아니다?’ ‘여자에게 음식 껍질을 까줘야 한다? 아니다?’ 사상검증은 끝이 없었고, 상대의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로 ‘가스라이팅’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화룡점정은 식사 후 밥값계산 타임이었다. ‘내가 남자니까 사야한다’ 이런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영식에게 영숙은 16만원이 나온 대게 식사값을 내겠다고 먼저 나서 카드를 내밀었고, 영식은 아니라며 반반 내겠다고 뒤에서 같이 카드를 내밀었다.

첫 데이트에서 반반 계산은 어색했는지 영숙은 기어이 혼자 다 내겠다고 했고, 영식은 ‘16만원이 경제적으로 부담될테니’ 각자 내자고 했다. 영숙이 ‘저 돈 잘 벌어요’라고 하면서 ‘부담스러운거냐’고 묻자 ‘직장인이 혼자 내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알겠다고 수긍했으나, 센스가 좋은 사장님은 두 사람의 카드를 받아 반반 계산해주며 상황이 마무리 되었다.

해묵은 ‘더치페이’ 논쟁이 다시 점화되었고, 시청자들은 연애하러 나온 곳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성과 데이트를 하며 ‘굳이 저렇게까지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의아해 했다. 이에 영식은 자신의 sns에 해명 영상을 올리며 ‘혼자 살겠다’는 선언을 한 상태다. 그러나 이 상황도 우습게 만들어버린 빌런이 있었으니, 주인공은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었다. 
ENA예능 방송 캡처
<나는 솔로> 21기를 사상초유의 하남자 특집으로 만들어버린 주인공들 첫 데이트에서 여자가 밥을 사면 벌어지는 일. 그런데 남자 세명을 곁들인

’정숙‘은 세남자의 몰표를 받으며 자신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네명은 대게집으로 향했고, 저녁값은 42만원이 나왔다. 정숙은 그걸 혼자 계산했고, 여기부터 ’남자 셋이 자기가 좋아서 여자 선택해서 데이트하러 나왔는데 여자 혼자 계산하는 데 멀뚱히 보기만 하면서 내는 시늉도 안한다‘는 첫번째 여론이 부글부글 일었다.

그러나 정숙이 이미 자신이 저녁을 산다고 했고, 능력있는 여성이라면 42만원 정도는 결제할 수 있고 꼭 남성이 데이트 비용을 내야만 하는 이유는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넘어 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커피였다. 저녁 식사 후 1:1 데이트를 하기 위해 커피숍으로 향한 그들, ’영수‘는 갑자기 ’커피도 정숙님이 쏘시는거에요‘를 시전한다.

네명의 식사에 0표 클럽을 위해 숙소로 가져갈 회까지 포장한 ’정숙‘은 다시 그들의 커피에 숙소에서 자장면을 먹고 있는 동료 출연자를 위한 커피값까지 모두 다 계산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보는 내가 화가 난다‘ ’보는 내가 창피하다‘ ’커피값도 내라고 할때 내 귀를 의심했다‘

’사상 초유의 하남자 특집‘ ’이번 기수는 ‘염전편’이냐‘이며 여론이 들끓었다. 세 남자의 직업이 우리나라 탑급의 대기업에 한의사에 ’억대 연봉 추정자‘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며 비난 여론을 자극했다. 흥미로운 점은 안티팬들이 여성뿐만이 아니라 나이대가 있는 남성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데이트 문화에 대한 여론이 성별과 나이대에 따라 어떤 지점에 서있는지 살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논란이었다. 

이 외에도, ’영수‘는 공격적인 말투와 제스처로 분위기를 과격하게 주도하고 하남자들이 나오도록 이끌었다는 비난을 같이 받았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도 다소 과격한 태도가 보여 같은 출연자인 ’정숙‘이 자신을 선택해준 사람인데도 ’영수‘가 무섭다고 언급하는 등, 여론이 안좋다. 

꼭 남자만 밥값을 계산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시대도 바뀌었다. 여자들도 앉아서 밥만 얻어먹기엔 엉덩이가 간지럽고, 돈도 섭섭치않게 번다. 그러나 누가 밥값을 낼거냐, 니가 낼거냐 내가 낼거냐 실랑이를 하는 순간 로맨스는 저 멀리 강건너로 날아간다.

애초에 밥을 먹는 이유를 생각해 볼 일이다. 연애 리얼리티 쇼가 재미만 줄 뿐 아니라, 현 세태의 인문사회학적 보고서가 되어 여러 의견을 나누는 장을 열기도 하고, 나는 어땠나, 나라면 어떻게 할까, 어떤 게 좋아보이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교과서도 되고 한다.

결국 이 밥값 논란에 현숙이 숟가락을 얹어 핵폭발을 일으키듯, 폭발력을 가진 ’신났네‘ 논란까지 이어지게 되었으니 남PD는 인복이 뛰어나게 좋은 사람이거나 이 수를 미리 계산해서 전략을 짠 최고의 전략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