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의 한 지하주차장,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전기차였다. 삽시간에 번진 불길은 주차장 전체를 집어삼켰고, 피해액은 무려 100억 원.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내 차는 잿더미가 됐는데, 누구에게 보상받지?”

전기차 오너들의 속 타는 불안, “제발 안전하게 타고 싶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는 전기차 오너들의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화재’. 특히 지하주차장에 전기차를 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
“지하주차장은 밀폐된 공간이라 화재 발생 시 대피도 어렵고 피해도 훨씬 커요. 해외에선 아예 지하 주차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는데...” 한 전기차 오너의 탄식이다.

서울시 전기차 충전소 90%가 지하에... 안전불감증 심각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 전기차 충전소의 90%가 지하에 있다는 사실. 게다가 충전소는 ‘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도 아니다. 즉, 화재가 발생해도 보상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는 일반 화재보다 진압이 어렵고 피해 규모도 크다. 지하주차장은 그야말로 ‘화약고’나 다름없다”고 경고한다.

‘안전 사각지대’ 전기차, 규제는 ‘걸음마’ 수준

해외에서는 이미 전기차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화재 예방에 힘쓰고 있다. 영국은 전기차 주차 구역을 건물 외부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지하 주차 시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및 화재 진압 용품 비치를 의무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이 전기차 화재대응 매뉴얼을 발간했지만, ‘지하 3층 이하에는 충전기 설치를 지양하라’는 권고 수준에 그친다. 화재 피해 대책이나 안전 관련 규정은 전무하다.

“책임 소재 명확히 하고 안전 기준 마련해야”

화재보험협회는 “전기차 화재는 책임 소재 공방, 인명 피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관련 법안 정비 및 안전관리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안전 관리, 제조·유통 등 각 단계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면 전기차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기차 시대,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탄소중립’이라는 멋진 목표 뒤에 숨겨진 ‘안전불감증’을 이제는 벗어던져야 할 때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전기차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내일은 내 차가 불타는 악몽을 꾸지 않기를...” 오늘도 수많은 전기차 오너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