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려서 못 타겠다” 2024년 고가 수입차 판매량 20.1% ‘뚝’, 법인차 번호판의 나비효과?

람보르기니 우루스 (출처=람보르기니)
“억” 소리 나는 럭셔리카의 상징,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 시장이 8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2024년, 6만 2,520대의 고가 수입차가 팔리며, 2023년 7만 8,208대 대비 무려 20.1%나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셈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업계는 경기 침체와 함께 2024년 새롭게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럭셔리카 시장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에 주목하고 있다.
제너시스 G90 법인차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연두색 번호판의 굴욕? “럭셔리 세단, 이제는 눈치 보여 못 타”

“억”대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매하면 번호판이 초록색으로 바뀐다? 2024년 1월부터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고가 수입차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8,000만 원 이상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한 이 제도는, 법인차의 사적 유용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시용’으로 럭셔리카를 선호하던 일부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법인차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연두색 번호판 달고 강남 한복판을 달리느니 차라리 안 타고 말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럭셔리카 오너들 사이에서 연두색 번호판은 ‘굴욕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법인 소유 수입차 신규 등록 비율은 35.3%로, 2023년 39.7%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개인 소유 수입차 등록 비율은 64.7%로 증가하며,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법인 차량 전용 연두색 번호판 이미지 (출처=국토교통부)
경기 침체의 늪, 럭셔리카 시장에도 찬바람 ‘쌩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고가 수입차 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고, 임원 차량 지원 축소, 법인 차량 구매 자제 등 럭셔리카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고소득층 역시 자산 가치 하락,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럭셔리카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렉서스 디 올 뉴 LM 500h (출처=렉서스코리아)
“나 홀로 질주” BMW, 렉서스, 위기 속 빛나는 성장

모두가 울상인 가운데, BMW와 렉서스는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하며 눈길을 끌었다. BMW는 2024년 1억 원 이상 차량 등록 대수가 2만 4,543대로, 2023년 2만 2,890대 대비 소폭 증가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렉서스의 약진은 놀라웠다. 2024년 1억 원 이상 차량 등록 대수가 1,125대로, 2023년 495대 대비 무려 127.3%나 폭풍 성장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컬리넌 시리즈2 (출처=롤스로이스)
“럭셔리카의 미래는?” 연두색 번호판과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어라!

연두색 번호판 제도와 경기 침체의 이중고 속에서, 고가 수입차 시장은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억” 소리 나는 럭셔리카의 판매 부진은 단순히 자동차 시장을 넘어,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분석이다. 과연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그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페라리 F80 (출처=페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