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0km/h 2.5초 가속력의 비밀과 아이폰 창시자가 5년간 매달린 실내

2027년 물량까지 주문 마감 임박한 페라리 최초의 전기 슈퍼카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단순한 전동화 모델 출시를 넘어, 개발 과정에 우주 항공 기술까지 동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성능은 이미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공식적으로 외관이 공개되기도 전에 2027년 생산 물량까지 사실상 판매가 끝났다는 점이다. 가격표에 붙은 8억 5천만 원이라는 숫자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가속 2.5초에 NASA를 동원한 배경

상상을 초월하는 성능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낳았다. 루체는 4개의 전기 모터로 합산 최고출력 968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5초 만에 주파한다. 이러한 폭발적인 가속력은 운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신체적 부담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페라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공식 연구를 의뢰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NASA 연구 결과,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가속이 지속될 경우 귀 안의 전정 기관이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 이는 뇌와 시각 정보의 불일치를 일으켜 극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아이폰 창시자가 5년간 매달린 이유

실내 디자인은 또 다른 관심사다. 아이폰을 탄생시킨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그의 파트너 마크 뉴슨이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그룹 ‘러브프롬(LoveFrom)’이 5년간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최신 전기차들이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실내를 채우는 유행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루체의 실내는 정교하게 가공된 기계식 버튼과 다이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기술의 정점에 선 전기 슈퍼카가 역설적으로 가장 직관적인 아날로그 감성을 택한 배경에 많은 해석이 따른다.
스티어링 휠 역시 100%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제작됐으며, 기존 페라리 휠보다 400g 가벼워졌다.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페라리 루체 / 사진=페라리


8억 5천 가격표에도 구매가 몰렸다

루체의 예상 가격은 약 50만 유로, 한화로 8억 5천만 원에 달한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2026년 생산 물량은 이미 완판됐으며, 2027년 주문도 거의 마감된 것으로 전해진다. 페라리의 브랜드 가치와 첫 전기차라는 상징성이 구매력을 자극한 것이다.

이 차량은 122kWh 용량의 배터리 팩을 탑재하며,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신축된 전용 공장 ‘E빌딩’에서 생산된다. 페라리는 루체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체 라인업의 20%를 순수 전기차로 구성할 계획이다.

60건이 넘는 관련 특허를 출원한 페라리의 첫 전기차가 슈퍼카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전 세계의 시선이 마라넬로로 향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