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아이콘, 기아 니로EV 8년 만에 생산 종료 소식.

전용 플랫폼 기반 EV3에 자리를 내주며 기아의 전동화 전략이 새 국면을 맞았다.

니로EV / 사진=Mobility Ground
니로EV / 사진=Mobility Ground


한때 ‘국민 전기차’로 불리며 전기차 대중화의 문을 활짝 열었던 기아 니로EV가 8년의 여정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아는 최근 니로EV의 생산 종료를 공식화하고, 재고 소진 후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으로 많은 이들의 첫 전기차로 사랑받았지만, 결국 단종이라는 수순을 밟게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태생적 한계, 강력한 후속 주자의 등장, 그리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이다. 그렇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상징적인 모델은 왜 이렇게 빠르게 우리 곁을 떠나게 된 것일까.

예견된 부진, EV3 등장에 가속화



니로EV의 마지막은 판매량 지표에서 이미 예고됐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된 2022년 9,194대로 정점을 찍은 판매량은 2023년 7,161대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존재감이 사라졌다. 2026년 1~2월 판매량은 단 8대에 그치며 시장의 외면을 증명했다.

이러한 판매량 급감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바로 동생 격인 EV3의 등장이었다. 비슷한 가격대와 차급을 갖춘 EV3는 사전 계약 일주일 만에 6,000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시장의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새로운 대안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니로EV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니로EV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니로EV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넘을 수 없었던 전용 플랫폼의 벽



니로EV의 가장 큰 약점은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설계된 플랫폼에 있었다. 이는 초창기 전기차 시장에서는 효율적인 접근법이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명확한 한계로 작용했다. 배터리 탑재 공간의 제약으로 주행거리는 400km 초반에 머물렀고, 실내 공간 활용도 역시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탄생한 EV3는 시작부터 달랐다. 500km가 넘는 넉넉한 주행거리, 초고속 충전 기능, 그리고 평평한 바닥이 만들어내는 넓은 실내 공간까지. 이러한 압도적인 상품성 차이는 소비자들이 니로EV를 외면하게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전동화 재편, 기아의 새로운 청사진





니로EV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니로EV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기아는 니로EV의 단종을 기점으로 전동화 전략을 EV 시리즈 중심으로 전면 재편한다. 보급형인 EV3를 필두로 EV4, EV5를 연이어 선보이고, 고성능 EV6와 플래그십 EV9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니로 브랜드는 앞으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며 친환경차 라인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한편, 상용 전기차 부문에서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3,967대가 판매되며 그룹 내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기아는 2030년까지 연간 126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 아래 속도감 있는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니로EV의 퇴장은 단순한 한 모델의 단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기차 시장이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하던 과도기를 지나, 이제는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비록 무대 뒤로 사라지지만, 전기차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화를 이끌었던 ‘개척자’로서 니로EV가 남긴 발자취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