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사 할인 경쟁 시대의 종말, 본사 직판 체제 ‘에이전시’로 전환
테슬라·중국차 공세 속 브랜드 가치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
벤츠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이제 벤츠를 살 때 ‘어디가 더 싸냐’며 발품 팔던 시대가 막을 내릴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딜러사 중심의 판매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2026년부터 본사가 직접 가격을 관리하는 ‘에이전시(Agency)’ 판매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벤츠를 구매하게 되며, 딜러사별로 천차만별이던 할인 경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딜러 시대의 종말 에이전시 모델이란
에이전시 모델은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가격과 재고를 직접 통제하고, 딜러사는 판매 대행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벤츠 코리아가 딜러사에 차량을 넘기면, 각 딜러사가 자체 마진을 더해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딜러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붙어 할인율이 달라지는 ‘고무줄 가격’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에이전시 체제에서는 소비자가 벤츠 코리아와 직접 계약을 맺게 된다. 딜러사는 차량 전시, 시승, 인도, 사후관리(AS) 등 고객 경험 서비스에 집중하고 판매 건당 정해진 수수료를 본사로부터 받는다. 재고 부담과 판매 마진 압박에서 벗어나는 대신, 서비스 품질로 경쟁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이는 이미 테슬라가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온라인 정가 판매’와 유사한 맥락이다.
벤츠 예시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가격 투명성 확보 vs 할인 혜택 소멸
벤츠의 이번 결정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 투명성’ 확보다. 더 이상 여러 매장을 돌며 가격을 흥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동일한 조건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이익이 사라진다.
반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차량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는 사라진다. 연말이나 분기 말에 집중되던 ‘폭탄 할인’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가격 투명성은 긍정적이지만, 프로모션 경쟁이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최종 구매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가치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
벤츠 예시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벤츠가 판매 구조 개편이라는 큰 변화를 감수한 배경에는 치열해진 시장 경쟁이 있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펴는 테슬라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무분별한 할인 경쟁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중고차 잔존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이에 벤츠는 가격 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일관된 구매 경험과 차별화된 사후 서비스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실제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최근 성수 서비스센터를 성동 서비스센터로 통합 이전하며 정비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등 ‘서비스’ 중심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동일한 가격과 일관된 서비스로 고객 신뢰를 높이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벤츠 예시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