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오로라 여행
겨울보다 가을이 특별한 이유
오로라 여행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풍경이 있다. 무릎까지 쌓인 눈과 두꺼운 방한복,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원이다. 밤하늘에 초록빛 커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영하의 추위를 견뎌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꼭 한겨울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면 어떨까.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가을부터 오로라를 관찰할 기회가 찾아온다. 겨울의 눈 대신 가을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만나는 또 다른 오로라 여행이다.
사진=Asko Kuittinen
핀란드 관광청에 따르면 북부 라플란드 지역의 오로라 관측 시즌은 일반적으로 8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이어진다.
특히 9~10월은 오로라 활동이 활발한 시기 중 하나로 꼽힌다. 봄과 가을 춘분·추분 무렵에는 지구 자기장과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로라 자체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지만, 하늘이 충분히 어두워야 눈으로 볼 수 있다.
여름에는 밤에도 밝은 백야 현상이 이어지는 북유럽에서 가을은 오로라 관측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지는 시기다.
실제로 핀란드 관광청은 10월과 11월을 오로라 활동을 기대하기 좋은 시기로 소개한다.
물론 오로라가 매일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태양 활동과 구름, 주변의 빛 등 다양한 조건이 맞아야 한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가을 오로라 여행의 특별한 장면은 호수에서 만날 수 있다.
한겨울에는 얼어붙는 호수도 초가을에는 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바람이 잔잔하고 하늘이 맑은 밤, 오로라가 나타나면 빛이 수면에 비치는 풍경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더블 오로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늘에 펼쳐진 오로라와 호수에 반사된 오로라를 한 장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가을은 단풍도 특별하다. 현지에서는 가을 단풍을 ‘루스카(Ruska)’라고 부른다.
북부 라플란드에서는 9월부터 숲이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오로라를 기다리는 낮 시간에는 숲을 걷거나 호수 주변을 여행하는 즐거움도 있다.
다만 10월 하순에는 북부 지역에 눈이 내릴 수 있어, 언제나 눈 없는 가을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Aurora Village Ivalo
핀란드에서 오로라를 관찰하기 좋은 지역으로는 로바니에미를 비롯한 라플란드 북부가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 머문다고 해서 어디에서나 똑같이 잘 보이는 것은 아니다.
도심의 가로등과 건물 조명은 하늘의 어두운 빛을 관찰하는 데 방해가 된다. 핀란드 관광청은 인공조명이 적고 시야가 넓게 트인 장소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날씨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면 오로라 활동이 활발하더라도 관측이 어려울 수 있다. 여행 중 하루만 오로라 관측에 도전하기보다 여러 밤을 확보하는 편이 기회를 늘리는 방법이다.
핀란드 기상청의 우주기상 정보도 여행 중 참고할 만하다.
사진=Markus Kiili
가을 오로라 여행은 무조건 겨울보다 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라플란드의 10월은 이미 춥고, 지역에 따라 영하의 기온이나 눈을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겨울보다 다양한 풍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낮에는 숲과 호수를 둘러보고 밤에는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는 여행이다. 운이 좋다면 오로라까지 만날 수 있다.
오로라는 여행자가 원한다고 나타나는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오로라만을 목적으로 여행 일정을 가득 채우면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가을 북유럽의 자연을 즐기는 여행에 오로라라는 기대를 더한다면 어떨까.
눈 덮인 겨울밤이 아니어도 하늘의 신비로운 빛을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10월 북유럽 여행은 충분히 특별하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