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에 더 빛나는 일본 작은 온천마을
가을에 가면 더 좋은 일본 소도시 4곳

사진=일본 가을 온천, 생성형 이미지
사진=일본 가을 온천, 생성형 이미지

“단풍은 아직 조금 이른 것 아닐까.”

10월 일본 여행을 앞두고 망설였다면, 이번에는 시선을 조금 낮춰보자. 붉게 물든 산을 찾아 하루 종일 이동하는 대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몸을 담글 온천을 먼저 골라보는 여행이다. 유카타 차림으로 강변을 걷고, 목욕 뒤 따끈한 우유 한 병을 마시고, 저녁에는 료칸 가이세키를 천천히 먹는 하루. 도쿄와 오사카의 빽빽한 일정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지는 여행객에게 일본 온천 소도시는 가장 부드러운 가을 답안이 된다.
사진=효고현
사진=효고현
■ 강변을 따라 일곱 번 씻는 기노사키 온천

효고현 북부의 기노사키 온천은 ‘걷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역에서 나오면 버스를 갈아타기보다 강을 따라 이어진 온천 마을 풍경부터 만난다. 버드나무가 늘어진 오타니강 양옆으로 오래된 료칸과 기념품 가게가 이어지고, 저녁이 되면 유카타에 나막신을 신은 여행객들이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기노사키의 핵심은 일곱 곳의 외탕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작은 수건을 들고 온천을 옮겨 다니며 각기 다른 분위기를 즐기는 방식이다. 숙소 체크인 뒤 저녁 식사 전 한 번, 식사 뒤 조용해진 마을을 걸으며 또 한 번 들러도 좋다. 교토나 오사카에서 특급열차로 바로 닿을 수 있어 ‘대도시 여행+온천 1박’을 짜기에도 부담이 적다.
사진=규슈관광기구 공식 홈페이지
사진=규슈관광기구 공식 홈페이지
■ 단풍 산책 뒤 노천탕, 구로카와 온천

구마모토현 아소 깊숙한 산자락의 구로카와 온천은 조금 더 고요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화려한 상점가보다 숲과 계곡, 나무 냄새가 먼저 기억나는 마을이다. 료칸들이 강을 따라 흩어져 있어 창밖으로 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쉬기 좋다.

이곳에서는 ‘뉴토테가타’로 불리는 온천 순례 패스를 이용해 여러 료칸의 노천탕을 골라 들어가는 재미가 크다. 동굴처럼 아늑한 탕, 강물 소리가 들리는 탕, 숲을 바라보는 탕까지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10월과 11월은 규슈 산악 지역의 단풍을 보기 좋은 시기라, 낮에는 주변 구주 산맥을 드라이브하고 저녁에는 온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잘 어울린다. 후쿠오카에서 고속버스로 갈 수 있지만, 산길 이동이 포함되는 만큼 료칸 체크인 시간은 넉넉히 잡는 편이 좋다.
사진=뱃푸관광안내소
사진=뱃푸관광안내소


■ 온천에 ‘먹는 재미’까지 더한 벳푸

벳푸는 온천을 처음 가보는 여행객에게 특히 편한 선택지다. 온천 마을이라는 말이 낯설 만큼 규모가 크고, 역 주변부터 유노하나와 유황 증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러 온천을 골라 다니는 재미는 물론, 온천 열기로 재료를 쪄내는 ‘지옥찜’도 빼놓을 수 없다.

채소와 달걀, 해산물 등을 찜통에 넣어 기다리면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 끼가 완성된다. 가을의 벳푸는 쓰루미다케 로프웨이에서 산 아래로 펼쳐진 단풍을 바라본 뒤, 온천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잘 어울린다. 유후인까지 함께 묶어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움직이기도 좋다. 다만 ‘지옥 순례’와 온천욕을 한날 모두 욕심내면 체력이 쉽게 떨어질 수 있으니, 하루에 핵심 한두 곳만 고르는 것이 낫다.
사진=도고 온천 페이지
사진=도고 온천 페이지
■ 오래된 목욕탕과 귤 향, 도고 온천

마쓰야마의 도고 온천은 온천 여행에 도시 산책을 더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3000년 역사를 품은 것으로 알려진 도고 온천 본관은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목욕탕을 떠올리게 하는 외관 덕분에 사진을 찍는 여행객도 많다.

온천욕 뒤에는 아케이드를 천천히 걸으며 보짱당고와 귤 주스를 맛보자. 발을 담글 수 있는 족욕탕도 곳곳에 있어 긴 목욕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온천 마을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마쓰야마 시내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들어가는 길 자체도 낭만적이다. 욕탕마다 문신 규정과 수건 사용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입장 전 안내문은 꼭 확인하자.

가을 일본 소도시 여행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봤는가’보다 ‘얼마나 천천히 쉬었는가’가 더 오래 남는다. 단풍 명소 한 곳을 정했다면, 그날 밤 들어갈 온천도 함께 찾아보자. 찬바람에 볼이 조금 붉어진 뒤 만나는 뜨거운 물 한 탕이야말로, 가을에 일본으로 떠나는 가장 확실한 이유가 된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