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고분부터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탄생지까지
시간의 결을 따라 걷는 천년 고도 청주의 숨은 매력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고분 모양 지붕의 전시관과 도시 전경.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백제의 숨결부터 고려의 인쇄술, 그리고 근대의 사찰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켜가 쌓인 유적들은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에 위대한 역사의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용화사 중앙에 자리한 석탑.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세계 기록유산, 그 시작을 마주하다
평범한 도심 공원처럼 보이는 한적한 터가 세계 인쇄사를 바꾼 역사의 현장이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흥덕사지다. 1377년 이곳에서 간행된 직지는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1985년 발굴조사 중 ‘흥덕사’ 글자가 새겨진 청동 쇠북이 나오면서 비로소 직지의 탄생지가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는 금당과 삼층석탑만이 복원되어 있지만, 널찍한 잔디밭 위 주춧돌들은 과거 사찰의 웅장했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고요한 절터를 거닐며 인류 지성사의 한 획을 그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겨 볼 수 있다.
흥덕사지 금당 앞마당에 자리한 삼층석탑.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흥덕사 이전, 백제의 숨결이 머물던 곳
청주의 역사는 고려시대를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흥덕구 신봉동의 나지막한 언덕에는 백제의 흔적이 잠들어 있다. 이곳 신봉동 고분군 자리에 세워진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5세기 무렵 청주가 백제의 중요한 군사적 거점이었음을 보여준다.봉분을 본뜬 독특한 외관의 전시관에 들어서면 당시 백제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가득하다. 특히 세련된 모양의 ‘세발접시’ 토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기병 모형은 활발했던 대외 교류와 강인한 군사적 기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시관 밖으로 이어지는 고분군 산책로는 먼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서는 듯한 경험을 안긴다.
유리 케이스 안에 정갈하게 전시된 세발접시 유물.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도심 한복판에서 고즈넉함을 만나다
무심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심 풍경과 사뭇 다른 건물이 나타난다. 고종의 후궁 엄씨의 꿈에서 비롯되었다는 창건 설화를 품은 용화사다. 1902년에 세워져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1층은 통로, 2층은 범종루로 사용되는 독특한 형태의 문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불경을 넣고 돌리는 윤장대와 정교한 석탑이 차례로 방문객을 맞는다. 웅장한 용화보전 처마 아래 그려진 단청의 빛깔은 한국 전통 건축의 미를 오롯이 느끼게 한다. 잠시 복잡한 일상을 잊고 고요한 사찰 경내를 거닐며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보호 유리 내부로 발굴 당시 모습을 관람하는 돌덧널무덤 유적.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