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진관 다 뒤졌지만… 제작진이 결국 선택한 의외의 장소

촬영 끝나자마자 철거됐던 사진관, 군산시가 다시 복원한 진짜 이유

군산 월명동에 위치한 초원사진관.<br>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군산 월명동에 위치한 초원사진관.
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 군산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 무대였던 초원사진관이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영화를 위해 지어진 세트장으로 알고 있지만, 그 탄생과 소멸, 그리고 부활에 얽힌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평범한 동네 차고가 대한민국 멜로 영화의 성지가 되기까지, 그 뒤에는 제작진의 우연한 발견과 예상치 못한 약속이 있었다.

전국을 뒤져도 없던 완벽한 장소

영화 제작진은 인위적인 세트 대신 실제 사진관을 촬영지로 원했다. 이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수소문했지만, 영화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맞는 장소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고심하던 제작진은 군산의 한 카페에서 잠시 쉬던 중 창밖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여름날의 짙은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평범한 차고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제작진은 무릎을 쳤고, 차고 주인을 끈질기게 설득해 공간을 빌릴 수 있었다. 이 차고는 마침내 영화 속 사진사 정원(한석규 분)과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 분)의 애틋한 사랑이 싹트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주연 배우 한석규가 직접 제안했다. 어린 시절 그가 살던 동네 사진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촬영 종료 후 사진관이 사라진 이유

영화 촬영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초원사진관은 오래가지 못했다. 차고 주인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촬영 기간에만 공간을 사진관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촬영이 끝나면 원래대로 복구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던 것이다. 약속에 따라 사진관은 촬영 종료 직후 곧바로 철거됐다.

하지만 영화가 흥행하며 초원사진관은 전설이 됐다. 영화의 감동을 잊지 못한 팬들과 관광객들이 철거된 사진관 터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요청이 빗발치자 군산시가 직접 나섰다.

군산시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사진관을 복원해 영구적으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초원사진관은 군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누구나 무료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했던 사진기와 낡은 선풍기, 앨범 등이 그대로 전시돼 있어, 방문객들은 잠시나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속에 실제로 등장했던 아날로그 사진기와 사진 앨범 등이 옛 정취를 머금은 채 전시되어 있다.<br>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영화 속에 실제로 등장했던 아날로그 사진기와 사진 앨범 등이 옛 정취를 머금은 채 전시되어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