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카드 긁을 때 원화 선택?”
결제 화면에서 헷갈리는 환율
파리 여행 중 가방을 고른 관광객 민지 씨. 계산대에 카드를 내밀자 직원이 단말기를 보여준다. 유로와 원화 중 하나를 고르라는 화면이다. “우리 돈으로 얼마인지 바로 보이네.” 민지 씨의 손가락이 원화 버튼으로 향한다. 그런데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한다. “잠깐, 그거 누르면 더 낼 수도 있어.” 가상의 상황이지만, 해외여행 중 누구나 마주칠 법한 순간이다. 익숙한 원화 표시가 꼭 반가운 선택지만은 아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민지 씨가 본 원화 선택 기능은 ‘해외원화결제’, 줄여서 DCC라고 불린다. 현지 가격을 한국 돈으로 바꿔 결제해주는 서비스다. 환율 계산기를 켜지 않아도 금액을 알 수 있으니 편리해 보인다. 문제는 그 편리함에 비용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안내에 따르면 DCC에는 약 3~8%의 추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별도의 수수료 줄이 눈에 띄게 표시되는 대신, 원화로 바꾸는 환율에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현지 가격을 환산하면 20만원인 가방에 DCC 비용이 5% 붙는다고 가정해보자. 단순 계산으로 1만원을 더 내는 셈이다. 가방은 그대로인데, 결제 방법 때문에 점심값 일부가 사라진다. 실제 비용은 거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원화 금액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유리한 결제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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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가기 전, 카드 앱에서 이것부터 검색
민지 씨처럼 계산대에서 친구의 도움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출국 전에 카드사 앱을 열고 ‘해외원화결제 차단’ 또는 ‘DCC 차단’을 검색하면 된다. 가져갈 카드를 선택하고 차단을 신청한 뒤, 완료됐는지 확인한다. 메뉴가 잘 보이지 않으면 홈페이지나 고객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것이 ‘해외 이용 차단’이다. 여행지에서 쓸 카드의 해외 결제 자체를 막으면 식당에서도, 상점에서도 곤란해질 수 있다. 필요한 준비는 해외 이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면서, 해외원화결제 차단을 켜두는 것이다. DCC 차단은 해외 원화 승인을 막는 기능으로, 현지 통화 결제와 국내 사용은 가능하다.
지갑에 예비 카드도 넣었다면 함께 확인하자. KB국민카드처럼 카드번호별로 등록하도록 안내하는 곳도 있다. 주로 쓰는 카드 한 장을 설정했다고 나머지까지 적용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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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버튼 대신 엔화·유로·바트를 고르자
다시 파리 계산대로 돌아가보자. 민지 씨는 유로를 선택한다. 일본 여행이라면 엔화(JPY), 태국이라면 바트(THB)처럼 현지 통화를 고르는 것이 기본이다. 직원이 원화로 결제할지 물어도 현지 통화로 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설정을 해뒀는데 카드가 거절되면 당황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곧바로 DCC 차단부터 해제하지는 말자. 단말기가 원화로 승인을 요청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현지 통화로 다시 결제해달라고 요청해볼 수 있다. 물론 한도나 보안 설정 등 다른 원인도 있어, 계속 거절된다면 카드사에 확인해야 한다.
결제 후 영수증도 잠깐 살펴보자. 현지 통화를 골랐는데 KRW로 처리됐다면 매장에 확인하고 취소 후 재결제를 요청한다. Visa는 가맹점이 고객 대신 DCC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안내한다. 동의 없이 원화로 처리됐다면 영수증을 보관하고 카드사에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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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단했으니 수수료 0원?” 마지막으로 볼 것
민지 씨가 원화 결제를 피했다고 모든 해외 수수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 신용카드에는 국제브랜드 수수료와 카드사의 해외서비스 수수료가 별도로 붙을 수 있다. DCC 차단은 불필요한 원화환산 비용을 피하도록 돕는 설정이다.
출국 전에는 카드 상품 안내에서 해외 수수료 면제 여부와 할인·적립 한도도 확인해두자. 결제 알림을 켜두면 사용 직후 금액과 통화를 살펴보기 편하다. 호텔을 예약할 때도 마지막 결제 화면의 통화와 환산 조건을 확인하면 좋다. 다만 원화로 가격을 보여주는 모든 사이트가 DCC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가격 표시와 실제 결제 조건은 구분해야 한다.
해외여행에서 환율을 매번 계산하기는 번거롭다. 그래도 카드마다 DCC 차단을 확인하고, 계산대에서는 현지 통화를 고르는 습관은 어렵지 않다. 같은 가방을 사고 남긴 1만원. 다음 카페에서 디저트를 하나 더 고르는 편이 여행의 기억에는 훨씬 달콤할 것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