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해고입니다”
인간 직원 자른 ‘AI 상사’, 이유 알고 보니
사진=생성형 이미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실험 매장에서는 실제로 AI 관리자가 인간 직원의 근무 기록을 검토한 뒤 해고를 권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AI 상사’의 업무 능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직원보다 상사를 관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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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 안전성 평가기업 앤돈랩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는 실험 매장 ‘앤돈 마켓’에는 특별한 점장이 있다. AI 에이전트 ‘루나’다.
루나는 단순히 손님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다. 매장에서 판매할 상품과 가격을 결정하고 상품을 주문하며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운영, 고객 대응까지 담당한다. 구인 공고를 작성하고 지원자를 면접해 인간 직원을 직접 채용하기도 했다. 앤돈랩스는 AI가 실제 사업체를 얼마나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루나가 인간 직원 한 명의 해고까지 권고했다. 이유는 반복적인 지각이었다. 해당 직원은 총 23차례 근무 가운데 무려 17차례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루나는 근무 기록과 매장의 규정을 검토한 뒤 고용 관계를 종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I가 버튼 하나를 눌러 사람을 곧바로 해고한 것은 아니다. 루나가 해고를 권고한 뒤 앤돈랩스의 인간 직원들이 이를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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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해고까지 걸린 과정이다. 숫자만 보면 AI가 직원의 지각을 즉각 포착해 냉정하게 해고했을 것 같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에 가까웠다.
루나는 앞서 직원들의 근태 규정까지 직접 만들었지만 자신이 만든 규칙을 지속적으로 추적하지 못했다. 직원의 반복적인 지각도 수개월 동안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결국 앤돈랩스가 과거에 만든 근태 규정을 다시 찾아보고 해당 직원의 근무 적합성을 평가하라고 요구한 뒤에야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했다.
AI 상사에게 인간이 “전에 네가 만든 규칙부터 다시 확인해 보라”고 알려줘야 했던 셈이다.
실제로 앤돈 마켓에서 근무한 직원들은 루나를 상당히 관대한 상사로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매장 운영 상황을 보면 루나는 막판에 들어온 요청을 포함해 직원들의 휴가 신청을 모두 승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이 부족해 매장을 열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도 휴가를 허락한 것이다.
한 직원은 AI 상사가 자신이 경험한 상사 가운데 가장 관대한 편이라면서도, 일반적인 직장보다 오히려 자신이 상사를 더 챙겨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루나가 업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가 인간을 해고했다’는 결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AI의 허술한 관리 과정이다.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AI가 등장했지만 정작 AI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인간이 다시 감독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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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리가 실제 일터에 들어오면서 비슷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 월마트에서는 AI가 직원에게 업무를 배정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AI의 판단이 실제 매장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예상하지 못한 청소 업무를 처리하거나 매장 상황에 따라 다른 동선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AI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서 비현실적인 목표나 비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제시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다. 결국 AI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판단의 오류를 현장 직원이 바로잡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AI가 노동자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위치와 행동을 파악하는 센서나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업무속도와 활동량 등 다양한 정보가 알고리즘의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시작한 기술이 성과 평가나 징계에 활용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이 직접 CCTV를 확인하던 기존의 관리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노동자 관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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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해고를 둘러싼 논란은 실험 매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7월 미국에서는 메타 직원 26명이 회사의 대규모 인력 감축 과정에 AI 시스템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직원들은 내부 AI 시스템과 활동 모니터링 자료, 알고리즘을 활용한 성과 평가 등이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육아 등을 이유로 정당하게 휴직한 직원은 해당 기간 업무 데이터가 부족해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이는 직원들이 소송에서 제기한 주장으로, 메타 측은 AI가 아닌 사람이 해고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AI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해고 대상 선정에 영향을 줬는지는 향후 법적 다툼을 통해 가려질 부분이다.
AI가 직원을 채용하고 업무를 나눠주며 성과를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앤돈 마켓의 실험은 ‘AI가 일을 대신하는 것’과 ‘AI가 사람의 상사가 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23번 중 17번 지각한 직원을 결국 해고했지만, 그 사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AI에게 자신이 만든 규칙부터 다시 확인하라고 알려줘야 했다. 사람을 관리하는 AI와 그런 AI를 다시 관리하는 사람. 당분간 직장에서 펼쳐질 AI 시대의 풍경은 생각보다 복잡할지 모른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