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한 마디로 시작된 우아한 진실게임
사라진 그녀의 흔적을 쫓을수록 드러나는 거짓과 비밀
눈을 뗄 수 없는 패션과 귀를 사로잡는 음악으로 압도

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안나 켄드릭, 블레이크 라이블리 / 넷플릭스
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안나 켄드릭, 블레이크 라이블리 / 넷플릭스


요리부터 육아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파워 블로거 스테파니(안나 켄드릭). 그녀의 평온한 일상에 어느 날 화려하고 매력적인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나타난다. 같은 반 학부모라는 공통점 외에는 모든 것이 정반대인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는 스테파니에게 “간단한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며 아들을 맡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친구를 걱정한 스테파니는 그녀의 행방을 직접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에밀리의 남편 션(헨리 골딩)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얽히며 자신이 알던 에밀리의 모습이 전부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휩싸인다.

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 넷플릭스
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 넷플릭스

두 여성 캐릭터가 펼치는 팽팽한 심리전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가장 큰 매력은 안나 켄드릭과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연기한 두 여성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와 충돌이다. 순진하고 허술해 보이지만 점차 사건의 중심부로 파고드는 스테파니와, 모든 것을 가졌지만 누구에게도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에밀리의 모습은 ‘여성의 사회적 이미지’와 ‘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교묘하게 비튼다.

영화는 실종된 친구를 찾는 단순한 스릴러 구조에서 벗어나, 두 여성의 관계와 욕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한 전문가는 “<나를 찾아줘>가 결혼 제도의 어두운 면을 파고들었다면, 이 영화는 여성 간의 우정과 질투, 동경이라는 복잡한 심리를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낸다”고 평가했다.
부탁하나만 들어줘 / 넷플릭스
부탁하나만 들어줘 / 넷플릭스


눈을 뗄 수 없는 ‘패션 스릴러’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패션 스릴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배우들의 스타일링이 돋보인다. 특히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영화 내내 보여주는 다채로운 수트 패션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전통적인 여성성에 갇히지 않은 에밀리의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것으로, 배우 본인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크리스찬 디올, 랄프 로렌 등 명품 브랜드 의상과 함께 세련된 프렌치 팝, 재즈 풍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귀와 눈이 동시에 즐거운 감각적인 연출은 117분의 상영 시간을 순식간에 지나가게 만든다.
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안나 켄드릭 / 넷플릭스
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안나 켄드릭 / 넷플릭스

예측을 벗어나는 반전과 블랙코미디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며 예측 불가능한 반전을 거듭한다. 관객의 예상을 여러 번 뒤엎는 영리한 각본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동시에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코미디 요소는 이 영화를 다른 스릴러와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폴 페이그 감독은 자신의 첫 스릴러 도전에서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배우들의 즉흥 연기가 상당 부분 반영된 자연스러운 대사와 재치 있는 유머는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주말 저녁, 가볍지만은 않은, 그러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스릴러 한 편을 찾는다면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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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 부탁하나만 들어줘 포스터 / 넷플릭스


이지희 기자 jeeh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