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는 옛말… 897마력 ‘괴물 스펙’으로 제네시스 GV80과 직접 비교

유럽 고급 SUV 시장 정조준한 지커 9X, 900V 시스템과 2열 독립시트까지

사진=wikimedia S5A-0043
사진=wikimedia S5A-0043


중국 자동차의 ‘가성비’ 공식이 깨지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한 대형 SUV ‘9X’의 가격표가 그 증거다. 프랑스 판매 가격은 11만 9500유로부터 시작한다. 한화로 약 1억 8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길이 5.2m, 최고출력 897마력이라는 압도적인 제원을 앞세웠다. 이는 더 이상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자연스럽게 국내 소비자들이 고급 SUV의 기준으로 삼는 제네시스 GV80이 비교 대상으로 떠오른다.

가격표에 담긴 자신감, 897마력의 힘





유럽 시장에 먼저 공개된 9X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앞뒤 두 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시스템 총출력은 제조사 발표 기준 897마력에 달한다. 거대한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1초 만에 밀어붙이는 힘이다.

단순히 힘만 센 것이 아니다. 55kWh 용량의 배터리와 9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덕분에 최대 330kW급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최적의 조건에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9.5분이면 충분하다. 엔진은 발전에 집중하고 주행은 전기모터가 주도하는 방식이다.

GV80보다 30cm 긴 차체, 주차는 어떡하나







지커 9X의 크기는 제원표만 봐도 체감된다. 전장 5239mm, 휠베이스 3169mm로,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보다 각각 289mm, 214mm 길다. 실내 공간의 여유를 짐작하게 하는 수치다. 나란히 세워두면 확연한 체급 차이가 느껴질 정도다.

다만 이 거대한 크기는 국내 도로 환경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사이드미러를 제외한 전폭이 2029mm로 2m를 넘어, 좁은 골목길이나 구형 주차장에서 운전자가 진땀을 뺄 상황이 그려진다. 외부 충전이 필수인 PHEV라는 점도 주유만 하면 되는 GV80의 일반 하이브리드(HEV)와는 다른 운용 방식이 요구된다.

운전석보다 뒷좌석에 더 신경 쓴 이유





9X는 2+2+2 구조의 6인승 모델이다. 2열에는 전동 다리받침과 마사지 기능까지 갖춘 독립 시트가 적용됐다. 많은 인원을 태우기보다 탑승객 각자의 안락함에 집중한 구성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포함한 1, 2열 시트에는 열선과 통풍 기능이 기본이다.

실내에는 16인치 대형 화면 2개와 47인치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17인치 OLED 화면과 32개 스피커로 구성된 영국 나임(Naim) 오디오 시스템은 이 차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준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탑승객 모두를 겨냥한 고급 편의장비다.

지커는 현재 유럽 22개국 시장에 진출해 빠르게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올해 1~9월 유럽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9X는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 유럽 프리미엄 SUV 시장을 공략할 핵심 모델이다.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이나 가격은 정해지지 않아 GV80과 직접적인 경쟁을 논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가 더 이상 ‘싼 맛에 타는 차’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