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르노삼성 SM3의 원조 모델이었던 닛산 실피, 완전변경 수준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컴백하며 글로벌 준중형 시장에 파란 예고

한때 넓은 실내 공간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회초년생과 젊은 가장들의 ‘국민차’로 불렸던 르노삼성 SM3. 2020년 단종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이 차의 원조 모델이 약 5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돌아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바로 닛산의 준중형 세단 ‘실피’가 그 주인공으로, 현대 아반떼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형 실피 측정면 (출처=닛산)
신형 실피 측정면 (출처=닛산)


‘파격’ 그 자체… 전면을 가로지르는 LED 라이트바

최근 공개된 4세대 실피의 부분변경 모델은 ‘개선’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면부다. 경계선을 없앤 V자형 그릴과 헤드램프를 하나로 잇는 풀사이즈 LED 라이트바는 마치 미래에서 온 자동차 같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신형 실피 정면 (출처=닛산)
신형 실피 정면 (출처=닛산)


독특한 세로형 주간주행등과 범퍼 양 끝의 대각선 디자인은 입체감을 더하며 차량을 한층 넓고 안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는 닛산의 최신 전기차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언어로, 사실상 완전변경에 가까운 수준의 변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면부 역시 좌우를 길게 잇는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로 깔끔하고 정돈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아반떼 나와’… 글로벌 준중형 왕좌 노린다

신형 실피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체급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전장 4,656mm, 휠베이스 2,712mm로 기존 모델보다 커져 현대 아반떼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몸집을 갖췄다.

신형 실피 후면 (출처=닛산)
신형 실피 후면 (출처=닛산)
닛산의 진짜 승부수는 북미 시장에 ‘센트라’라는 이름으로 투입될 모델에 탑재되는 ‘e-POWER’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일반 하이브리드와 달리 가솔린 엔진이 바퀴 구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오직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역할만 담당한다. 100%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움직여 전기차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감과 강력한 초반 가속력을 제공하면서도, 주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충전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엘란트라(아반떼), 기아 K4, 혼다 시빅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우리에겐 ‘SM3’로 기억될 이름

‘실피’라는 이름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2002년 출시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르노삼성 1세대 SM3의 원형이 바로 닛산의 1세대 실피였기 때문이다. 내구성 좋고 넓은 차로 기억되는 SM3의 명성이 5년 만에 부활한 ‘형님’의 귀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SM3 측정면 (출처=르노삼성)
SM3 측정면 (출처=르노삼성)
신형 실피는 2026년 1분기 중국 시장을 시작으로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닛산이 칼을 갈고 선보인 디자인 혁신과 e-POWER 전략이 아반떼가 주도하는 전 세계 준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