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UV 오너들 ‘긴장’…7명 태우고 연비 20.8km, ‘반칙 스펙’으로 무장한 녀석

40년 미니밴 역사 던졌다…스타일·공간·첨단기술로 중무장한 프랑스산 SUV의 도발

국내 SUV 시장에 프랑스에서 날아온 ‘매운맛’ 도전장이 도착했다. 7인승의 넉넉한 공간은 기본, 리터당 20.8km라는 비현실적인 연비까지 갖춘 주인공은 바로 르노 ‘에스파스’다. 40년 ‘미니밴 장인’의 길을 접고, 날렵하고 똑똑한 SUV로 완벽히 변신해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니밴 아빠’에서 ‘스타일리시 아빠’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완전히 달라진 외모다. 1984년 첫 등장 이후 40년간 미니밴의 상징이었던 에스파스는 이제 없다. 대신 근육질의 세련된 SUV가 그 자리를 꿰찼다.

차체 길이는 4746mm로 이전보다 7cm 이상 길어졌고,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도 늘려 실내 공간을 한층 여유롭게 만들었다. 반면 차의 폭과 높이는 살짝 줄여, 마치 잘 달리는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고 안정적인 비율을 완성했다.

앞모습은 르노의 새로운 얼굴을 그대로 입었다. 넓게 펼쳐진 그릴과 세로로 쭉 뻗은 주간주행등,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가 어우러져 “나 미래에서 왔소”라고 말하는 듯하다. 옆모습은 매끈하게 뻗은 라인으로 SUV의 든든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뽐낸다.

하늘을 품은 실내, 얼굴만 비추면 ‘착’ 세팅 완료

실내로 들어서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머리 위로는 1.7m에 달하는 거대한 통유리창 ‘솔라베이’ 루프가 펼쳐진다. 햇빛 가리개를 없앤 대신, 말 한마디나 버튼 터치로 유리의 투명도를 9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답답함 없이 탁 트인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운전자를 위한 배려는 감동적이다. 운전석 옆 기둥(A필러)에 달린 카메라가 운전자 얼굴을 알아보고, 미리 저장해둔 시트 위치와 사이드미러 각도, 즐겨 듣는 라디오 채널까지 알아서 맞춰준다. “내 차가 나를 알아본다”는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된 셈이다. 이 정보는 차 안에서만 저장되니 보안 걱정도 없다.

공간 활용 능력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5인승과 7인승 모델로 나오며, 2열 좌석은 무려 22cm나 앞뒤로 움직여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짐 싣는 공간은 기본 692리터에서 2열을 접으면 최대 2224리터까지 늘어난다. 웬만한 이삿짐도 거뜬히 실을 기세다.

200마력 힘에 연비 20.8km/L…‘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심장은 1.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힘을 합친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이 영리한 시스템은 총 200마력의 넉넉한 힘을 뿜어내면서도, 복합연비는 무려 리터당 20.8km에 달한다. 한번 주유하면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1100km를 달릴 수 있으니, 기름값 걱정은 잠시 잊어도 좋다. 주행 성능도 한 단계 진화했다. 르노의 비장의 무기인 4륜 조향 시스템 ‘4컨트롤 어드밴스드’는 마법을 부린다. 속도가 낮을 땐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틀어 회전 반경을 소형차 수준으로 줄여주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틀어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유턴할 땐 경쾌하게, 고속도로에선 묵직하게 달리는 비결이다.

여기에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과 32가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기본이다. 또, 3중 접합 유리 등을 사용해 소음을 절반 가까이 줄여, 달리는 동안 프리미엄 세단 못지않은 고요함을 선사한다. 르노는 전기차로 넘어가는 시대에 ‘실용성’과 ‘고효율’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신형 에스파스에 담아냈다. 매력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이 프랑스산 SUV가 시장에서 어떤 돌풍을 일으킬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