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 촬영 당시 성벽에 대못 박아… 솜방망이 처벌에 ‘솜방망이 인식’ 되풀이?
건축가 민서홍 씨는 KBS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 기둥에 못을 박는 모습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건축가 민서홍 씨는 KBS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 기둥에 못을 박는 모습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번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에 이어 국가 사적 제147호인 문경새재까지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KBS의 안일한 문화재 인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대조영’ 촬영 위해 문경새재 성벽에 수십 개의 대못 박아… 훼손 심각
세계유산 병산서원에 새겨진 못자국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세계유산 병산서원에 새겨진 못자국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2007년 방영된 KBS 드라마 ‘대조영’ 촬영 당시, 제작팀은 문경새재 제1관문과 제2관문 성벽에 전투 장면 촬영을 위해 수십 개의 대못과 철사를 박았습니다. 심지어 촬영 후에도 이를 방치해 성벽과 나무문, 현판, 기둥에 구멍이 뚫리는 등 심각한 훼손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대조영’ 연출을 맡았던 김종선 감독은 “전쟁 장면 촬영을 위해 대못과 철사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사극들도 문경새재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우리만의 책임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안일한 문화재 인식… 결국 ‘병산서원 못질 사건’까지

‘대조영’ 촬영 당시에도 문화재 훼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KBS는 진정성 있는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습니다. 결국 18년 만에 똑같은 문화재 훼손 논란이 되풀이된 것입니다.

지난 2일 KBS 드라마 촬영팀은 세계유산인 병산서원에서 소품 설치를 위해 만대루 등 서원 기둥에 못을 박아 훼손했습니다. 안동시는 KBS 측에 원상복구를 요청하고 문화재 훼손 혐의로 고발할 방침입니다.

KBS, “사태의 심각성 깨닫고 송구… 최선의 복구 방법 논의 중”
병산서원의 기둥마다 설치된 촬영 소품사진 / 출처 : 민서홍
병산서원의 기둥마다 설치된 촬영 소품사진 / 출처 : 민서홍
KBS는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KBS의 안일한 문화재 인식이 또 다시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졌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KBS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재발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강지원 기자 jwk@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