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량 급감에 위기감이 고조되자 제네시스가 전동화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하반기 출시될 GV80과 G80 하이브리드, 수입차가 장악한 고급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GV80 / 제네시스
GV80 / 제네시스


제네시스가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서두르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2025년 100% 전동화를 선언했던 브랜드가 스스로 방향을 틀고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신차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흔들리는 내수 시장과 급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절박함이 깔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판매량 부진, 경쟁 심화, 그리고 시장 변화다. 그렇다면 제네시스가 모든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이브리드 양산을 서두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



GV80 / 제네시스
GV80 / 제네시스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 양산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국내 시장에서의 깊은 부진이 자리한다. 2022년 13만 5,045대에 달했던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1만 8,395대로 12.3%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감소 폭이 18%까지 커지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 상태다.

여기에 수입차 1위 BMW가 연간 7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제네시스의 턱밑까지 추격해온 점도 큰 부담이다. 안방인 내수 시장 방어에 실패할 경우, 브랜드 전체의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제네시스의 변화를 재촉한 셈이다.

고난도 기술에도 밀어붙인 승부수



GV80 실내 / 제네시스
GV80 실내 / 제네시스


이번에 GV80과 G80에 탑재될 후륜구동 기반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사실상 새로 개발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기존 전륜구동 기반 시스템과 구조가 달라 개발 시간이 부족할 경우 상당한 리스크를 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제네시스가 양산을 강행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2022년 13.2%에서 지난해 30.3%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틈을 타 렉서스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동안, 제네시스는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었다.

볼륨과 플래그십, 투 트랙 전략 가동



G80 / 제네시스
G80 /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 전환과 함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주력 모델인 GV80과 G80은 하이브리드를 투입해 판매량을 방어하고, 플래그십 모델은 첨단 기술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안에 플래그십 세단 G90 부분변경 모델에 레벨2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하반기 출시 예정인 초대형 SUV GV90에는 원터치 스마트 주차 등 고급 사양을 대거 탑재한다. 내년까지 총 8종의 신차를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 계획도 세웠다.

결국 지휘부까지 바꾼 위기감



G80 / 제네시스
G80 / 제네시스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한 늦장 대응은 결국 조직 개편으로까지 이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네시스사업본부장과 국내사업본부장을 교체한 것은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비전에 매몰되어 국내 시장의 하이브리드 수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로 보고 있다. 정 회장 역시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고객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하이브리드 투입은 제네시스가 시장의 목소리 앞에서 전략과 조직을 모두 바꾸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신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