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환하다고 안심은 금물, 전조등 오토 기능의 함정
나도 모르게 ‘스텔스 차량’이 되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 2만원
밤늦은 시간, 도로 위를 소리 없이 질주하는 ‘스텔스 차량’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투기처럼 전조등을 끈 채 달려 다른 운전자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이 차량들은 도로 위 암살자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상당수 운전자가 자신의 차가 스텔스 차량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차량의 전조등 ‘오토(AUTO)’ 기능을 믿고 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다.
주간주행등과 전조등의 차이
자동차 등화장치는 주행 상황을 알리고 다른 운전자와 소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차량은 시동만 걸면 주간주행등(DRL)이 자동으로 켜지는데, 낮에는 충분히 밝다고 느껴 전조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간주행등은 야간에 전조등을 대신할 수 없다. 전조등은 빛이 아래로 향해 맞은편 운전자의 눈부심을 막는 ‘하향등’과 멀리 비추는 ‘상향등’으로 나뉜다. 야간 주행 시에는 기본적으로 하향등을 켜야 한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나도 모르게 스텔스 차량이 되는 순간
많은 운전자가 라이트 스위치를 AUTO에 두지만, 밤에도 전조등이 꺼진 채 주행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가로등이 밝은 도심에서는 주변이 환해 전조등이 켜져 있을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또한, 최근 차량은 계기판이 항상 밝게 켜져 있어 전조등 점등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 대리운전이나 발렛 주차 기사가 전조등을 수동으로 꺼놓은 사실을 모르고 그대로 주행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야간 전조등 미점등, 명백한 불법 행위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주행하는 것은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법규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37조는 ‘밤(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에 운행할 때’, ‘안개·비·눈 등으로 시야가 나쁠 때’, ‘터널 안을 지날 때’ 반드시 전조등 등 등화장치를 켜도록 규정하고 있다.이를 어길 시 ‘등화 점등 및 조작 불이행’으로 승용차 기준 2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단순한 범칙금보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위험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 결과, 야간에 주간주행등만 켰을 때는 16m 앞 보행자만 식별 가능했지만, 하향등은 30m, 상향등은 81m까지 인지 거리가 늘어났다. 그만큼 사고 예방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차량의 자동 점등 기능은 운전 편의를 돕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 등화장치 조작의 최종 책임은 운전자 본인에게 있다. 출발 전 계기판의 전조등 점등 표시를 확인하는 작은 습관이 나와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