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검증 마친 AI·로봇 중심 공장, 울산에 본격 상륙
단순 자동화를 넘어선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현대차의 미래 제조 혁신
스마트 공장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거대한 공장 내부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며 부품을 옮기고 검수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존 노동자 중심의 생산 방식을 벗어나,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공장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Software Defined Factory)’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차량 한 대가 조립될 때마다 가상공간의 디지털 트윈 공장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오류를 사전에 검증하고, 무인운반차량(AGV)과 로봇팔이 정해진 동선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극대화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야심찬 전략이다.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제조 혁신
로봇 개 스팟 -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은 최근 단행한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법인장인 박현성 상무와 현대차·기아 이포레스트(E-FOREST) 센터장 이재민 상무를 각각 전무로 승진시킨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의 핵심 인물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인사의 배경이 된 HMGICS는 현대차그룹 최초의 스마트팩토리이자 SDF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2023년 준공된 이곳은 연간 3만 대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조립·검사 등 주요 공정의 약 70%가 자동화됐다. 공장 내부에서는 200여 대의 로봇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실제 생산을 담당한다.
로봇개 스팟부터 디지털 트윈까지
로봇 개 스팟 -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HMGICS에는 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 미래 제조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현실의 공장을 가상 세계에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운영 시스템으로 품질 편차를 최소화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이 공장을 순찰하며 설비를 점검하고 품질을 검수하는 모습은 전 세계 미디어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간과 로봇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인간 중심 제조’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숙련된 노동자의 경험과 데이터를 로봇 시스템에 결합해 생산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울산 공장으로 이어지는 미래 로드맵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3년간 축적한 스마트팩토리 노하우를 2026년 1분기 준공 예정인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하이퍼캐스팅, AI, 로봇, 디지털 트윈이 완벽하게 결합된 SDF의 국내 첫 적용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스마트 공장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 CES에서 AI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전동식 아틀라스’의 실물을 시연할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과 AI가 결합된 미래 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현대차그룹의 구상이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