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가 선보인 5분 초급속 충전 기술의 정체
전기차 전환 주춤한 사이… 시장 판도 뒤흔들 게임체인저 등장
초급속 충전 - 출처 : BYD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EV)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포드는 인기 모델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줄였고, 유럽연합(EU)마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불과 몇 년 전 ‘전기차 올인’을 외치던 경영진들은 이제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표면적인 흐름일 뿐, 수면 아래에서는 훨씬 치열한 기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기술 발전 속도는 기존 완성차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 중심에 중국의 BYD가 내놓은 혁신적인 충전 기술이 있다.
주유와 충전의 경계를 허물다
초급속 충전 - 출처 : BYD
BYD가 최근 공개한 ‘플래시 차징(Flash Charging)’ 기술은 전기차 충전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단 5분 만에 50% 이상을 충전할 수 있다. 최대 출력은 1,000kW, 즉 1메가와트에 달한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른 초급속 충전기 출력의 두 배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BYD의 목표는 분명하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술을 경험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주유와 충전의 시간 차이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충전기 아닌 플랫폼의 혁신
초급속 충전 - 출처 : BYD
이와 같은 초고속 충전은 단순히 충전기 출력만 높여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BYD는 ‘슈퍼 e-플랫폼(Super e-Platform)’이라는 새로운 전기차 구조 설계를 통해 이 기술을 구현했다. 1,000V 고전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전기모터, 인버터, 냉각 시스템, 충전 커넥터는 물론 공조 시스템까지 모든 부품을 초고속 충전 효율에 최적화해 재구성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역시 자체 기술력으로 해결했다. BYD는 고도화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 1메가와트급의 강력한 충전을 반복해도 배터리 수명 저하를 최소화했다. 외부 부품 공급망에 의존하는 다수 서구 업체들과 달리, BYD는 배터리 셀부터 차량, 충전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통해 기술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중국 넘어 유럽 시장 정조준
초급속 충전 - 출처 : BYD
현재 ‘플래시 차징’ 기술은 중국 내 일부 BYD 모델에서만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이미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유럽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폭스바겐과 포르쉐의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 관련 초급속 충전 인프라 구축이 시작됐으며, 2026년 유럽 출시가 예정된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Denza) 역시 이 기술을 탑재할 전망이다.
물론 메가와트급 충전은 전력망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BYD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충전소에 함께 설치해 전력 피크를 완화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BYD의 플래시 차징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