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어벤저 측정면 (출처=지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간 어벤저의 누적 판매량은 고작 22대. 하지만 이마저도 뜯어보면 씁쓸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상당수는 미디어 및 딜러 시승용 차량이라는 것. “늬들이 남이가?”를 외치며 ‘진짜’ 오너를 찾아 헤매는 어벤저. 과연 한국에서 어벤저의 진짜 주인은 몇 명이나 될까?
지프 어벤저 정면 (출처=지프)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어벤저의 부진을 ‘주행거리’와 ‘가격’에서 찾는다. 54kWh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어벤저는 환경부 기준 복합 주행거리 295km를 인증받았다.
지프 어벤저 측면 (출처=지프)
지프 어벤저 측정면2 (출처=지프)
어벤저의 부진은 비단 어벤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프 브랜드 전체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지프 판매량은 168대로, 전년 대비 60%나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그랜드체로키 4xe PHEV가 76대를 판매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소형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지프의 명성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산하의 푸조와 마세라티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동화 전환과 수입차 시장 경쟁 심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프 어벤저 실내 (출처=지프)
어벤저는 10.5m의 회전 반경, 20도의 브레이크 오버각, 32도의 이탈각 등 소형 SUV로서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갖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각종 경고 시스템 등 주행 보조 기능도 풍부하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그래서 얼마 타고, 얼마 내라고?”라는 질문에 더 민감했다. 결국, 주행 성능보다 가격과 주행 거리라는 ‘현실적인’ 기준이 우선시 된 셈이다.
지프 어벤저 측후면 (출처=지프)
지프 어벤저의 굴욕은 한국 전기차 시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명성만 믿고, 짧은 주행거리와 비싼 가격표를 고집하다간,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과연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어벤저를 살리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 들까?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 아니면 조용한 철수? 어떤 선택을 하든,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어벤저의 운명, 그리고 스텔란티스코리아의 미래 전략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