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파크컴퍼니
원로배우 이순재가 건강 이상으로 공연과 강연 등 일정을 취소했다.

이순재가 출연 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제작사 파크컴퍼니는 10일 공식 SNS를 통해 “이순재의 건강상 이유로 이날 공연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제작사 측은 “이순재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평생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대에 서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강한 권고에 공연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개막한 이 작품은 원작인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을 오마주한 작품으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장의 분장실에서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대역 배우 에스터(이순재 역)와 밸의 모습을 그린 코미디다.

에스터에 이순재, 곽동연이 캐스팅됐고 밸은 카이와 최민호(샤이니 민호), 박정복이 번갈아 맡는다. 지난달 7일부터 유료 객석점유율 98%를 기록, 매회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주연 배우 이순재의 건강상 이유로 공연이 중단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드라마 ‘개소리’
더불어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던 이순재의 마스터클래스 강연 ‘70년 연기 철학’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순재가 배우를 지망하는 아동·청소년들에게 배우가 갖춰야 할 자세와 연기 철학에 관해 설명하는 행사다. 주최 측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추후 이순재 배우가 건강을 회복하면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순재는 2024년 현재 한국 현역 최고령 연예인이자 배우다. 한국 방송 역사의 산증인으로 동시대 많은 배우들의 롤모델이자 멘토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배우로 손꼽힌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그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와 서울대 출신의 지성 이미지로 영화, 연극, 드라마, 시트콤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활약했다.

완벽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노력, 마르지 않는 열정, 그리고 ‘꼰대’를 자처하면서도 열린 마인드로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대배우로 우뚝 섰다. 특히 tvN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준 ‘직진 순재’ 면모는 친근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드라마 ‘개소리’
이순재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다. 내가 몸살에 걸려 누워있더라도 ‘레디 고’하면 벌떡 일어나게 돼 있다. 이게 바로 배우의 생명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연기가 쉽지가 않다.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라는 데가 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또 연구하고, 새로운 배역이 나올 때마다 참고하는 것”이라며 “그동안에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들, 또 ‘이만하면 난 그래도 이제 다 된 배우 아닌가’ 했던 배우 수백 명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없어져 버렸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라는 것은 항상 새로운 작업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한 이순재는 “어떻게 연구 안 하고, 공부 안 하고 창조가 되겠냐. 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한 사람들이 지금 남아있는 거다. 연기라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것, 잘할 순 있어도 완성은 아니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원로배우 우선 배려하는 관습을 타파하고, 기꺼이 현장에서 긴 대기 시간을 견디는 이순재.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최근 드라마 ‘개소리’ 주연을 맡는 등 연기에 대한 열정을 내비친 그의 빠른 쾌유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