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승일희망재단은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박승일 님께서 23년간의 긴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소천하셨다”고 부고소식을 전했다. 이어 “박승일 대표는 자신의 소신 그대로 살았으며 이제는 모든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천국에서 편히 안식하시길 기원한다”며 “대한민국에 루게릭병이라는 희귀 질환을 알리고 루게릭요양병원 건립과 환우·가족을 위해 애써주신 고인의 삶을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
박승일 공동대표는 연세대와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농구 선수로 활약했고, 2002년 현대모비스 최연소 프로농구 코치로 선임됐다. 코치로 선임된 해에 루게릭병 확진 받은 그는 23년간 강인한 의지로 투병을 견뎌왔다. 루게릭병 환자의 생존은 보통 3~5년으로 알려져 부고소식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힘겨운 투병 중에도 2009년 저서 ‘눈으로 희망을 쓰다’를 출간했고, 2011년에는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하여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 등 각종 모금 활동을 해왔다.
자신과 같은 루게릭병 환우와 가족의 힘든 투병 환경을 접하고 이들을 위한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의 꿈을 꿔온 박승일 공동대표는 올해 12월 218억원 규모의 요양병원 완공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가수 션은 “승일아 그동안 너무 수고했어. 너가 쏘아 올린 작은 희망의 공이 많은 사람들이 이어가는 희망의 끈이 되었어”라며 “네가 그렇게 꿈꿔오던 루게릭요양병원이 이제 곧 완공되는데 그걸 못 보여 주는 게 너무나 아쉽고 미안하다. 23년간 많이 답답했지? 이제 천국에서 마음껏 뛰고 자유롭게 움직여.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나중에 우리 천국에서 만나서 못다 한 이야기 다 하자. 승일아 미안하고 벌써 보고 싶다. 사랑한다 친구야. RIP 박승일”이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아직까지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 아주 제한적인 진행 억제 효과를 보이는 몇 가지 약물 외에는 효과적인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다.
전신 마비지만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은 살아있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불린다. 자가호흡이 어려워 목에 구멍을 뚫고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기 때문에 환자는 말도 하지 못한다. 세계적으로 35만명, 우리나라에서는 3,000여명이 루게릭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게릭병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해서 알아차리기 힘들다가, 질환이 진행될수록 팔과 다리에 경련이 있거나 힘이 빠져 자주 넘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근육이 위축되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언어 장애를 겪기도 하고, 말기에는 음식물을 삼킬 때도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쉽게 사레에 들리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한편, 박승일 공동대표의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10호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용인공원으로 발인은 27일 오전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