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급감에 결국 자존심 꺾었나, 이탈리아 명차 브랜드의 고민

화웨이·JAC와 협업설 솔솔... 전기차 플랫폼 기술 격차가 만든 이례적 풍경

럭시드 R7 - 출처 : HIMA
럭시드 R7 - 출처 : HIMA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마세라티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극심한 판매 부진과 더딘 전동화 전환 속도 때문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마세라티가 브랜드 정체성을 뒤흔들 만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연 삼지창 엠블럼이 마주한 현실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중국 현지 매체를 중심으로 마세라티가 화웨이, 안후이장화이자동차(JAC)와 손잡고 새로운 전기차 개발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중국의 전기차 플랫폼에 사실상 의존하는 형태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구체적인 협업 구조는 화웨이가 주도하는 HIMA(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 방식과 유사하다. 화웨이는 차량의 핵심인 플랫폼과 스마트 기술을, JAC는 연구개발과 생산을, 마세라티는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림이다.

삼지창 엠블럼 - 출처 : 마세라티
삼지창 엠블럼 - 출처 : 마세라티


판매 부진이 만든 예상 밖의 만남



이탈리아 명차가 중국 기술에 손을 내민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처참한 수준의 판매량이다. 마세라티의 전 세계 판매량은 2023년 약 2만 7000대 수준에서 불과 2년 만인 2025년에는 약 7900대까지 급감했다.

한때 최대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에서의 부진은 더욱 뼈아팠다.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1000대 수준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존재감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는 마세라티의 전동화와 스마트 기술 경쟁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MC20, 콰트로포르테 - 출처 : 마세라티
MC20, 콰트로포르테 - 출처 : 마세라티


전동화 전환, 결국 중국 기술이 답이었나



마세라티가 고전하는 동안,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는 화웨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화웨이와 JAC가 공동 개발한 플래그십 세단 ‘마에스트로 S800’은 시작 가격이 약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임에도 누적 판매 1만 6000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896채널 라이다를 탑재한 업그레이드 모델까지 공개하며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란티스 그룹과 마세라티가 독자적인 기술 개발보다 검증된 외부 플랫폼을 수혈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S800 - 출처 : HIMA
S800 - 출처 : HIMA


이번 협업이 현실화된다면, 개발되는 차량은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화웨이와 JAC의 합작 브랜드인 ‘마에스트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마세라티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마세라티의 오랜 팬이었다면, 삼지창 엠블럼을 단 중국 플랫폼의 전기차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까. 이번 협업설은 유럽 럭셔리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