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싹 지우는 주방세제, 자동차 세차에도 효과?

자동차 세차
자동차 세차


셀프 세차를 하려는데 전용 카샴푸가 똑 떨어졌을 때, 혹은 집에서 간단히 먼지만 닦아내려 할 때, 주방 싱크대에 놓인 주방세제가 눈에 들어온 경험이 한 번쯤 있을 수 있다. “어차피 기름때 빼는 건 똑같고 거품도 잘 나는데, 한 번쯤 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선택이 당신의 소중한 자동차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력히 경고한다.

“괜찮겠지” 한 번의 유혹, ‘왁스층’이 녹아내린다

우리가 주방세제를 사용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바로 그릇에 붙은 ‘기름때’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방세제에는 강력한 계면활성제와 탈지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자동차 도장면을 보호하고 눈부신 광택을 내는 ‘왁스(Wax)’ 층 역시 주성분이 기름(오일)이나 카나우바, 밀랍 같은 식물성 기반 성분이라는 점이다. 주방세제를 자동차 도장면에 사용하는 것은, 왁스층에게 “나는 너를 녹여버리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것과 같다.

한 자동차 외장관리 전문가는 “주방세제의 강력한 탈지 성분은 자동차 도장면의 왁스층을 문자 그대로 분해하고 씻어내 버린다”며, “당장은 오염물이 닦여나가 깨끗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도장면을 보호하던 ‘갑옷’을 강제로 벗겨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보호막이 사라진 도장면(클리어 코트)은 자외선, 산성비, 새똥, 나무 수액 등 외부 오염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이는 광택을 잃고 색이 바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도장면이 갈라지거나 산화되는 치명적인 손상으로 이어진다.
거품 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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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면뿐 아니다…고무, 플라스틱 ‘노화’ 촉진

주방세제의 공격 대상은 도장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에는 창문 몰딩, 도어씰, 범퍼 하단 등 수많은 고무 및 플라스틱 트림이 사용된다. 이 부품들은 고유의 유분기를 통해 탄력과 색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주방세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이 유분기마저 싹 씻겨나가게 된다. 결과는 처참하다. 고무 트림은 탄력을 잃고 경화되어 갈라지기 시작하며, 플라스틱 트림은 허옇게 뜨는 ‘백화 현상’이 나타나며 급격한 노화가 진행된다.

최근 많이 시공하는 고가의 도장면 보호 필름(PPF)이나 랩핑지 역시 주방세제의 강력한 화학 성분에 취약하다. 필름을 건조하게 만들어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킬 수 있다.
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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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방세제, 정말 ‘절대’ 안 될까?

물론 예외적인 상황은 있다. 전문 디테일러들은 오래된 왁스층을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운 코팅 작업을 하기 전 ‘탈지’ 목적으로 주방세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나무 수액이나 새똥처럼 고착된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극소량을 물에 매우 약하게 희석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의 영역이거나, 응급 처치에 불과하다. 일반인이 세차 시 카샴푸 대용으로 주방세제를 사용하는 것은 그 어떤 이득보다 손실이 압도적으로 크다.
셀프 세차
셀프 세차

내 차를 아낀다면…‘전용 카샴푸’가 정답

자동차를 아낀다면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반드시 ‘전용 카샴푸’를 사용해야 한다. 전용 카샴푸는 단순히 때를 빼는 목적이 아니라, 도장면에 안전하게 오염물만 분리하도록 설계되었다.

대부분의 카샴푸는 도장면 왁스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중성(pH 7)이거나, 오히려 왁스 성분을 보충해 주기도 한다. 또한, 풍부한 ‘윤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세차용 스펀지나 미트가 도장면을 스칠 때 발생하는 미세한 흠집(스월 마크)을 최소화해준다.

잠깐의 편의나 몇천 원을 아끼기 위해 주방세제를 선택하는 것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도장면 광택 복원 비용과 맞바꾸는 위험한 도박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태영 기자 tae0@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