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결혼식 중 신부 전봇대에 묶인 사건
구시대적 결혼 관습 논란 확산

사진 = 웨이보 캡처
중국에서 한 신부가 결혼식 당일 전봇대에 묶이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구시대적 결혼 관습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10월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산시성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결혼식 도중 신부가 전봇대에 묶이는 충격적인 상황을 담은 영상이 중국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영상 속 신부는 중국 전통 혼례복을 입고 있었으며, 신랑 측 친구들에 의해 전봇대에 끈으로 묶였다. 신부는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이를 방관했다. 신부 측과 사전에 합의된 장난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이를 막지 않았다.

신랑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이러한 행동은 우리 지역의 결혼식에서 흔한 관습”이라며 “신랑과 신부가 사전에 합의한 장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신랑도 현장에서 신부의 안전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덧붙이며, 이번 사건이 오해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이 더우인 등 중국 SNS를 통해 퍼지자 누리꾼들은 즉각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많은 이들이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신부가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이러한 관습이 낡은 시대의 잔재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지방정부는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구시대적인 관습을 버리고 문명화된 결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랑 측 친구들 역시 SNS를 통해 사과하며, 자신들의 행동이 과도했음을 인정했다.

‘훈나오(混闹)’라고 불리는 중국의 전통 결혼 장난은 원래 결혼식의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신랑신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장난이 지나치게 과격해지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중국 남서부에서는 결혼식을 앞둔 신랑이 친구들에게 묶인 후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법원은 당시 가해자들에게 14000달러(약 1860만원)의 배상금을 명령했다.